충남의 한 농촌에서 조합장선거 입후보예정자가 조합원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현금을 준 일로 150여명의 주민들이 선관위 조사를 받았다.
선관위는 조합원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자 자수를 권유하여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제공받은 돈을 반환하면서 자수를 하였다.
또한 경남의 한 농촌에서는 입후보예정자가 현 조합장에게 불출마를 조건으로 2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선금으로 현금 5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 돈을 받은 사람의 신고로 돈을 준 입후보예정자는 구속되었다.
이 사례는 먼 옛날의 이야기도, 이웃나라의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 우리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합장선거의 한 모습이다.
아직도 ‘돈 선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에서도 이른바 ‘막걸리·고무신 선거’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돈이나 음식물로 표를 매수하는 행위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조합장선거에서는 오래된 관행처럼 아직도 이러한 부정행위가 남아있다.
‘돈 선거’는 말 그대로 돈으로 표를 사는 것이다. 후보자가 조합원의 신성한 기본권인 선거권을 존중하지 않고 조합원을 매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반대로 조합원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ㆍ공약이 아닌 그가 준 돈을 보고 투표를 하게 된다.
이렇게 ‘돈 선거’로 선출된 조합장이 조합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수산물 판매와 서민대출 및 각종 금융사업 등 지역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조합의 수장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선출된다면 투명하고 윤리적인 조합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조합과 조합원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돈 선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조합장선거에서의 ‘돈 선거 의존’ 때문일 수 있다. 조합장선거는 소수의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몇 명만 매수하더라도 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나쁜 유혹인 것이다. 이런 정서가 커지면 결국 ‘돈 선거 중독’이 되고 만다. ‘돈 선거 중독’에 빠진 조합장선거의 혼탁함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돈 선거’를 어떻게 뿌리 뽑아야 하나.
근본적인 것은 후보자와 조합원의 인식전환이다. 선거철에 돈이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미풍양속이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혈연ㆍ지연관계에서 오랜 세월 관행처럼 굳어진 행위를 이제는 바꿔야 할 것이다.
이번 동시선거가 좋은 기회일수 있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하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다양한 ‘돈 선거’ 근절대책을 가지고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단속에 모든 역량을 동원할 예정이다. 이런 외부의 힘을 동력으로 삼아 조합 자체적으로 개혁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겠지만, ‘돈 선거’ 근절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이다.
조합은 상부상조의 공동체 정신으로 세워진 농촌사회의 협력조직이다. 이 협력조직의 대표자를 뽑는 과정에서 과거의 나쁜 관행을 답습한다면 조합의 위상, 조합원과 지역주민의 자존감, 지역의 이미지 모두가 추락할 수 있다.
반면에 이번 동시조합장선거를 인식전환의 계기로 삼아 ‘돈 선거’에서 벗어난다면 조합원과 후보자 모두 상생할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준 과제다.
최슬기 수원시권선구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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