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명박 前대통령의 회고록을 보고

‘정상회담 한 번에 11조5천억원~!’ 이른바 북한이 팔고 있는 최고의 상품은 바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이는 지주회사 LG(시총 약 11조)를 통째로 넘기라는 말과 같고, 요즘 최대 관심사인 무상급식을 4년5개월간 지속할 수 있는 금액으로, 남북정상회담 한 번 하면 대통령 임기중 무상급식예산이 대부분 소진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따르면,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옥수수 10만 톤, 쌀 40만 톤, 비료 30만 톤,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 상당, 북한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이 남북대화를 미끼로 날로 먹으려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개한 내용에 대해서는 시중에 그 공개시기와 외교관례를 두고 여러 뒷말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두 전현직 대통령을 통해 우리는, 북한정권이 남북대화를 하려는 속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거나 돈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 아시안게임 때 북한의 실세 관료 3인이 내려와 남북대화를 제의하여 남북관계가 순풍에 돛 단 듯이 풀릴 것 같이 되다가 갑자기 냉각된 후, 앞으로의 전망도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남북관계는 럭비공과 같아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을 항상 헤매 왔으며, 역대정권에서 계속 그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는 어느 정권에서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이는 우리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얼까? 이는 북한정권의 실체를 알면 바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북한정권은 잘 알다시피 세계에 유례 없는 세습독재정권으로 북한주민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소수 독재집단이 정권을 유지해 가고 있다. 다수국민의 뜻(민의)에 어긋나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하여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교체되는 대한민국과는 다르다. 즉, 북한정권에는 북한주민(인민)은 없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을 대할 때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인민)을 같이 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주민도 우리 국민과 마찬가지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바라고 있지만, 북한정권은 통일은 뒷전이다. 오로지 그들 소수 독재집단의 정권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남북주민의 통일을 위한 염원을 자신들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은 따로따로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북한정권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한주민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 두 가지 잣대로만 대처한다. 하나는 남북대화가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정권유지에 악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대화를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해, 핵무기 보유 등 군사력을 증강하여 정권과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정권의 이러한 속내는 사실 간간이 알려져 알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지만, 두 전현직 대통령을 통해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북한이 더 이상 날로 먹게 할 수는 없다. 또한 남북대화의 효과가 북한정권이 아닌 북한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새롭고 획기적인 대북접근법을 구상해야 할 때이다.

이범관 변호사•제18대 국회의원•前 서울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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