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한 장의 ‘공문’을 보게 되었다. 인천시는 도화구역개발 등을 위해 인천도시공사가 신청한 공사채 발행을 승인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 조건에는 ‘도시공사의 부채감축 계획과 조직·인력 구조조정’이 포함돼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단순하게 말해, 노동자를 직장에서 내쫓으라는 요구다. 우리 노동자들은 이 공문을 보면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직장에서 무더기로 쫓겨나고 많은 가정이 풍비박산 나던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천도시공사는 창립 이후 12년 동안 8명의 사장이 임명됐다. 평균 재임기간은 1.5년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 인천도시공사가 긴 안목을 가지고 사업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 각종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절대 아니다.
전임 사장이 인천시에서 정치적 요구에 따라 재정적으로 무리한 사업들을 추진하면 차기 사장은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게 만드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풀이됐다. 따라서 현재 부채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인천시’에 있지, 인천도시공사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묵묵하게 성실하게 일해오던 도시공사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들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은 인천시의 지상과제였던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구월동 선수촌을 건설할 때도 그랬다. D-day를 정해놓은 ‘역공정’ 의 긴장 속에서, 법에 정해놓은 토목, 건축 등 기술자가 모자라는 상황인데도, 우리 노동자들은 아시안게임의 정상 개최를 위해 한 사람이 두세 사람의 몫을 맡아, 성공적으로 공사를 수행했다.
그랬던 우리 노동자들에게 아시안게임이 끝나기 무섭게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려는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토사구팽 대상 아니다. 우리도 인천시의 소중한 가족이며, 시민이다.
또 하나, 공공기관의 부채는 민간기업의 부채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민간기업의 부채는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빚’이다.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빚’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부채는 시민 또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익’이다.
가령, 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을 싸게 받아서 부채가 늘어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싼 요금으로 전기를 쓰는 혜택을 입게 된다. 물론, 그 부채는 세금 등으로 다시 메꿔야 한다. 그래서 세금이라는 것이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피케티’ 교수가 쓴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에도 이 같은 내용이 잘 담겨져 있다. 이 책에서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기반산업 안에 녹아들어 있는데, 겉으로 보이기에는 공공기관의 부채로 나타나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 부채가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과 근본 원인을 찾아 ‘과다한 부채’ 문제 해결에 접근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만 인천시나 인천도시공사 모두 인천시민의 공공복리증진에 이바지하고, 종국에는 인천시의 제대로 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혁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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