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AFC아시안컵 축구가 남긴 교훈

아시안컵 준우승을 일궈낸 국가대표축구팀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후 “우승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우승컵을 가져가지 못할 뿐 선수들은 우승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은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라고 한국말로 서투르지만 진심을 다해 말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에 무한애정으로 신뢰한다는 화답을 보내고 있다.

지도자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한국축구는 죽었다’에서 다시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살펴보면 축구뿐이 아니라 세상 사는 바른 이치가 담겨 있을 것 같아 필자는 얼마 전까지의 축구대표팀과 현재의 대표팀을 잠시 살펴보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홍명보라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영웅이었다.

국민들은 감독으로 돌아온 영웅에게 엄청난 기대와 신뢰를 보내주었다. 그동안 국내감독들의 협회 눈치보기와 학연지연 등의 못되고 못난 습관들을 젊은 패기의 감독이 없애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통보다는 고집을 택했고 그 고집은 학연지연보다 더 무서운 의리축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축구의 참담한 참패와 자존심의 붕괴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고 그 와중에 일부 선수들은 패자의 자성과 성숙함보다는 철없는 행동을 보여주어 더욱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심지어 감독이 월드컵 출전을 얼마 안 남기고 땅 보러 다녔다는 어이없는 해프닝까지 벌어지며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공항에서 팬들은 “한국축구는 죽었다“라는 과격한 현수막으로 환영을 하였고 엿 세례의 다소 과격한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잘못되고 과한 행동이 분명하지만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저럴까 싶기도 했다.

그 후 홍명보 감독과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이 압력에 못 이겨 물러나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가 대표팀 감독으로 2014년 9월 공항에 입성을 한다. 그리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축구가 다시 강하게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감독으로 오지도 않았다는 일성으로 제로베이스에서 한국축구를 새롭게 변화시키려 하였다.

협회나 국내감독들은 외면했던 조영철, 남태희, 김진현, 특히 k리그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던 이정협은 슈틸리케의 최고 신데렐라로 떠오르며 이번 아시안컵에서 원톱으로 맹활약하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의리나 학연지연이 아닌 원칙과 기본을 지킨 결과였다.

지금 이 나라는 원칙이 무시당하고 기본이 무너지며 연말연시 담뱃값 인상, 국정농단, 연말정산파동, 올바른 의료보험체계 취소 등 국민들을 극도로 피곤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만을 위한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재계 부자들 눈치만 살피며 서민만을 쥐어짜는 소신과 원칙은 사라지고 고집만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 같이 이리저리 눈치 보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국민만을 바라보고 원칙과 기본을 지켜야할 골든타임이다.

장용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수원여대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