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평택시의 우호교류도시인 일본 마쯔야마시 어린이집 관계자가 시를 방문했을 때 어린이집 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동학대와 관련된 사항’이었다. 주된 질문도 우리나라에서의 아동학대 발생 건수와 신고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였으며, 또한 조치는 어떻게 취하는지였다.
그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도 아동학대방지법이 제정되어 관할 공공기관이나 경찰서 등에 아동학대 신고를 의무화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답변하자, 마쯔야마시 어린이집 관계자는 시 담당 공무원에게 ‘그러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한 해 몇 건 정도 되느냐?’라고 물었다. 답변은 ‘한 건도 없다’ 였다.
아동학대와 관련해 법령까지 제정되고 아동학대 신고를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거두기는커녕 단 한 건의 신고 건수도 없다는 답변은 결국 아동학대의 문제성이 가시화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요즘 나라 전체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로 시끄럽다. TV를 비롯한 모든 언론 매체가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를 앞다퉈 보도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도 최근 긴급 자문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은 우선, 어린이집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 및 아동학대방지교육을 긴급하게 시행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교육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둘째로는 보육교사의 휴식시간을 허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비담임교사를 채용함으로써 보육교사의 노동강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셋째로는 어린이집 연합회 차원에서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근무환경에 대한 욕구를 조사하고 적성검사를 통해 교사 정신 건강을 진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언했다. 또한, 보육교사의 인성과 자격기준을 강화하여 우수한 보육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CCTV가 있었음에도 벌어진 일이었다. CCTV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방편일 뿐 CCTV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신체 학대 이외의 정서적 학대 등에 대해서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 결국, 녹음 기능이 포함된 캠코더 영상으로 보육활동 전 과정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CCTV 설치 여부가 아니라 교사의 내면이다. 교사가 직업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여 행복한 교사, 그래서 행복한 영유아, 행복한 부모가 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서 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십여 년 전부터 주요 관심사인 보육교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 좋은 서비스는 보육교직원의 무한한 희생과 인내로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상처받고 자존감이 상실된 99.9%의 보육교직원에게 위로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뾰족한 방법 없이 오늘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야만 하는 대다수의 일하는 엄마들과 함께 위로와 탄식의 아픔을 나누며, 더 이상 아동폭력 없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고인정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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