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광복70주년기념사업에 관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모두 우리가 걸어온 과거를 돌아보면서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사업일 것이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구성원들이 함께 기념하는 것은 공동체의 핵심가치와 공동목표를 폭넓게 공유하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년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의 고통을 기억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을사늑약 110주년, 한국전쟁 65주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6.15 공동선언 15주년이 되는 해이다. 엄청난 좌절과 승리가 교차되어 온 우리 근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을 반성하고, 밝은 면을 계승함으로써 우리가 21세기의 격동하는 내외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를 얻게 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러한 가운데 수원시에서도 시의회가 발의하여 광복70주년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지역민의 정체성과 시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말 망국의 위기 속에서 수원지역에서도 국권을 회복하려는 교육운동과 애국계몽운동, 의병운동이 전개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임면수, 김세환, 김향화, 이선경, 임순남 등 수원 지역의 선각자들이 일제의 야만적인 탄압과 친일파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독립투쟁을 헌신적으로 이끌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분투했던 이들의 의로운 투쟁의 역사를 발굴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외세를 물리치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세우고자 했던 이분들의 고귀한 투쟁정신이 바로 오늘날 우리 헌법의 뿌리가 되었고 건강한 시민의식의 기초가 되고 있음을 선양하는 일이야말로 당연히 중요한 우선적 사업과제이다.
동시에 70년째 지속되는 분단의 고통과 주변국가들 간의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를 생각하면,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대안적 논의와 모색 또한 광복70주년사업의 중요한 영역이라 할 것이다.
오늘 우리사회는 성장률의 하락, 비정규직의 증가, 심각한 청년실업 속에서 양극화 심화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자살률, 가족해체, 반인륜적 범죄 등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 위기 또한 가중되고 있다.
지난 시기 분단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놀라운 성취의 신화가 오늘의 새로운 현실 앞에서는 빛을 잃고 있으며, 익숙한 기존의 인식과 대처방식으로는 오히려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지난 70년간의 성취를 뒷받침해 온 인식과 논리가 효력을 잃어가는 대전환의 국면에 우리가 서 있음을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인권과 복지, 평화와 통일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경쟁과 대결의 논리를 넘어 공존과 화해를 모색함으로써 사회의 내적 통합력과 창조적 대응력을 높여가지 않으면 오늘의 위기를 돌파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과 북 공히 자기중심적이며 폐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대륙경제권의 확장과 한반도 주변질서의 역관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기회의 창을 넓히는 길을 함께 찾을 것을 오늘의 현실은 요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모처럼 1년에 걸쳐 추진되는 수원의 광복70주년기념사업이 우리의 운명을 크게 바꿔왔던 역사적 국면들을 시민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함께 성찰하면서 평화와 통일,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실 공히 시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프로세스가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황인성 경기평화교육센터 대표•한신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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