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5월 1일에 발행된 개벽 47호에 <天下名物 高麗人蔘> 이란 제목으로 우리 인삼의 우수성에 대해 게재된 기고를 본 적이 있다. 90년이 지난 지금도 고려인삼은 천하 명물임에는 틀림없다. 天下名物>
대한 제국은 1899년에 홍삼 수출을 위해 최초의 홍삼 수출 전담 회사인 ‘蔘政社’를 내장원에 설치하였고 1908년에 홍삼 전매법이 제정된 이후 일제강점기를 지나 1996년까지 약 100년간 정부 전매품으로 관리되어 왔다.
그 후 민간회사인 KT&G와 농협 등 가공업체에서 홍삼 중심의 가공 제품을 수출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삼 수출액은 홍삼이 전매품으로 정부에서 관리하던 시기인 1990년에도 1억6495만 달러였는데, 2013년 현재 1억 7492만 달러로 성장이 멈춘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내 경기 침체로 인삼시장이 위축되면서 재배면적도 감소하고, 홍삼은 물론 수삼까지 재고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인삼을 한 뿌리도 생산하지 못하는 스위스는 베링거인겔하임 자회사인 파마톤에서 백삼 사포닌 조성물인 G111로 만든 ‘진사나’ 하나로 연 30억 달러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약 원료삼의 대량 소비처인 유럽이나 미주의 제약회사는 중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원료삼을 수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들에게 원료삼을 수출할 수 있는 분석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필자는 얼마 전 도내 인삼 수출업체인 G사로부터 “제약원료 홍삼을 수입하려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회사인 파마톤에서 원료삼 특성 평가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홍삼 성분을 분석하려고 정부공인 분석기관을 찾았으나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분석기관을 찾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직접 한국식품연구원 등 20여개 정부공인 분석기관에 홍삼 성분 분석을 의뢰하였지만 역시 이 리포트 내용을 충족할 수 있는 분석기관은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농산물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6차 산업지원과 농산물 수출을 장려하여 왔으나 인삼 수출을 위해 꼭 필요한 원료삼 특성분석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공인 분석기관이 지정되지 않을 만큼 인삼수출 지원체계가 갖춰 있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유럽과 미주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식품의 안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9월에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제27차 코덱스 가공과채류분과위원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인삼 제품 세계 규격(안)이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인삼제품 세계규격 등재를 앞두고 있다. 이와 같이 고려인삼이 세계인의 식의약품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려인삼을 세계인의 식의약품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 미주, 유럽 등 수입국에서 요구하는 검사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분석지원 시스템 등 가장 기본적인 인삼 수출지원 기반 구축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은섭 경기도농업기술원 인삼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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