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하여 분노하라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상력 사전’에서 “현재와 과거 속에서 사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당장 닥친 일을 이미 경험했던 일과 비교하지만 인간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는 말이다.

얼마전 화제가 된 영화, ‘인터스텔라’는 황사, 병충해와 같은 자연재해로 식량난에 봉착하자 인류를 살리기 위해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딜런 토마스의 ‘순순히 멋진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시 구절이 나온다.

“순순히 멋진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불타오르고 몸부림쳐야 합니다.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사라져가는 빛에 대하여” 라고 하고 있다. 모호하면서도 중의성을 띠고 있지만, 필요한 일에는 수수방관하지 말고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상황은 곡물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식량안보 취약,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을 외국 글로벌 식품회사에 의존하는 ‘글로벌 푸드 시스템’ 고착화 등이다. 특히 식량난이 대두되는 주요 요인은 먼저 수요증가다.

그 중 한 가지 원인이 인구증가이다. 세계인구가 1850년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11억 7천만 명이던 세계 인구는 1세기 뒤인 1950년경에는 24억 9천 명으로 두 배 정도 늘어난다. 그러나 다음 1세기 뒤인 2050년에는 두 배가 아닌 세 배 이상인 90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다른 수요증가 요인은 바이오에너지 생산과 이상기후 등 자연재해 증가에 있다. 미국 생산 옥수수의 40퍼센트가 바이오 연료 생산에 쓰인다고 할 정도로 인간이 먹어야 할 식량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나누어 먹던 것을 이제는 차량과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다음은 자연재해다.

자연재해는 자연적인 현상 때문도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우리 인류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로 받게 되는 벌인 경우가 많다. 인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폭발적인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품종 종자보급, 비료 보급 등 녹색혁명을 통해 해결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지구환경이 더 파괴되고 농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영화의 명대사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와 같이 인류가 새로운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영화는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은 물론,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농업생태계·지구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한편으로는 식량은 돈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마트 선반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교훈과 그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농업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분야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생명, 문화, 역사, 정체성의 근본인 농업·농촌에 대한 고마움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주위를 밝혀온 농업·농촌·농업인이라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하고 또 분노해야할 때이다.

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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