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로운 양띠해를 맞이하였다. 그것도 푸른색의 양이라는 약간 생소한 느낌의 을미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새해를 맞이하여 오래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프로그램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모 대 학부모’라는 책을 손에 잡았다. 처음 생각했던 ‘학부모’는 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學父母)였는데, 이 책에서 제시한 학부모는 ‘사나운’, ‘가혹한’ ‘학(虐)’자를 사용한 ‘학부모’였다. 물론 이 책에서도 학부모를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의 처음은 ‘이혼 후 혼자 자신을 키운 엄마를 살해한 우등생 사건’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전교 일등’이 아닌 ‘전국 일등’을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성적표를 조작한 아들이 이 사실이 발각될 상황에 처하자 사건을 벌인 것이다. 결국 이 아이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징역 3년 6개월을 받아 복역중이라고 한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찾을 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혼은 최소화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할 수 있겠다. 구 소련이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한 이후 자유로운 연애와 결혼을 조장하는 정책을 구사하다가 쉽게 무너지는 가족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다시 보수적인 노선으로 선회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언급할 수 있겠다.
또 체벌의 폭력성을 지적할 수 있겠다. 아들의 변호인에 의하면, 엄마의 체벌은 아이가 자랄수록 점점 강도가 세지면서 야구방망이와 골프채가 체벌 도구가 되었고, 밥을 굶기고 잠을 재우지 않을 정도로 혹독했다고 한다.
‘만약 잔혹한 체벌이 없었더라도 이 사건이 발생했을까’하는 아쉬운 가정을 해본다. 또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자식의 삶에 일치시키는 중년 여성들의 정체성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이혼 후 아빠가 보내주는 120만원으로 아들을 최고 엘리트로 키워내고 싶었던 엄마의 욕심이 점점 과해지면서 이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버지가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매주 면회를 하는 등 옥바라지를 하면서 갱생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그 힘으로 이 친구는 다시 세상을 살아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변화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하고 게임중독에 빠진 아들을 무한히 참고 기다려 공부의 길로 안내한 사례도 언급되고, 진정한 부모의 자격에 대해서 논하기도 한다. 특히 ‘부모십계명’ 중 “아이는 부모의 인내, 무조건적인 사랑, 무한한 신뢰’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나를 비롯한 모든 부모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다.
부모와 자식관계에서 아직 독립할 경제적, 사회적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을’이다. 반면, 부모는 모든 면에서 우위를 가진 ‘갑’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갑질’은 자식의 입장에서 견딜 수 없는 폭압이 되는 것이다. 부모의 인내와 사랑과 신뢰 중 나는 신뢰가 가장 기본이라고 본다. 자식을 믿어야 기다릴 수도 있고 올바른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욕망과 불안을 자녀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내 아이의 미래와 희망은 사라진다”는 책 표지의 글귀에 다시 한 번 눈길이 갔다. 2015년 새해를 맞이하며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는 ‘부모’인가, ‘학부모’인가?
김주성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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