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전국의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여론조사 2013’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떤 성적을 주겠느냐’는 물음에 5점 만점에 2.49점이 나왔다.
이는 2012년 2.90에서 0.41점이나 떨어진 결과며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49.8점으로 낙제에 해당된다. 전혀 못한다는 응답은 2012년 5.7%에서 13.5%로 2배 이상 늘었고 별로 못한다는 응답도 24.2%에서 34.4%로 증가했다.
결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는 있지만 학교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학교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해야 할 일로 수업 내용과 방법의 질 개선, 인성교육 강화, 학교폭력 예방을 제안했다. 매우 정확하고 적절한 제안이며, 이제부터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먼저, 수업내용과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가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처럼 우리의 학교교육은 사회에 나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식인 경우가 많다. 학교와 사회가 유리되고 학습과 삶이 동떨어진 교육을 계속한다면 우리 교육은 희망이 없다.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삶을 담아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다음은, 인성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의 역주행 가치관이다.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화목한 가정’이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초43.6%, 중23.5%, 고17.5%로 나타났고, 정직지수는 초85점, 중72점, 고67점으로 낮아졌다.
특히 초12%, 중28%, 고44%의 학생이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고 반응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청소년을 이렇게 만든 것은 미흡한 학교의 인성교육, 실종된 가정교육, 사회의 무관심 등 여러 가지이다. 학교, 가정,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인성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학교폭력 대책은 ‘잘못을 처벌’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처벌에 의한 사건 종결 후 당사자는 그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통과 분노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요즘 논의되고 있는 회복적 생활지도는 그 초점을 ‘관계 회복’에 두며, 당사자뿐 아니라 사건의 영향을 받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해결과정에 참여하여 피해복구와 함께 가해자ㆍ피해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관계를 회복시켜 준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는 무엇보다 신뢰가 있어야 한다. 좋은 학교는 학생들에게 꿈과 행복을, 학부모들에게 믿음과 만족을, 교직원들에게 보람과 긍지를 준다. 이런 학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학교의 고객은 학생과 학부모, 국민이며, 학교는 좋은 교육으로 학생, 학부모, 국민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정종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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