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지쳤는데… 또 구제역 공포 ‘잔인한 겨울’

“가뜩이나 어려운데…” 재앙 덮쳐 손님 줄고 매출 감소 불보듯
축산농·자영업자들 ‘망연자실’ 마트는 가격 내리고 발빠른 대처

▲ 이천지역 한 농장에서 사육중이던 돼지의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30일 해당 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중장비를 이용해 살처분을 하고 있다.  추상철기자

올 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홍역을 앓은 상처가 채 지워지기도 전에 AI와 구제역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축산농들은 물론이고 닭·돼지 등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걱정과 우려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30일 오후 찾은 수원 팔달구 통닭골목에서 만난 업주 대부분은 “AI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K씨(69·여)는 AI 발병 이야기를 꺼내자 이내 “가뜩이나 팔달산 토막살인사건 때문에 손님 수가 줄었는데…”라고 푸념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찾는 손님 수가 예전만 못하는데 AI로 인해 공급량까지 줄어든다면 닭값이 오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치킨집 사장 K씨(38·여)도 같은 심정이다. 그는 “최근 수원역 근처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더욱 줄었다”며 “그런데 AI까지 발생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상을 짓는 상인은 비단 치킨집 사장만이 아니었다.

지난 29일 이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 돼지를 정밀검사한 결과, 구제역 양성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돼지고기 프랜차이즈점 영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수원 영통구에서 돼지고기 프랜차이즈점을 운영 중인 S씨(54)는 “오전에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면서 매번 붐비던 점심시간조차 평소보다 10~20% 정도 손님이 줄었다”고 한탄했다.

대형마트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AI 발병 사실이 알려진 26일부터 가격을 낮춰가며 구매 촉진에 나선 것이다. 모란시장 인근 한 대형마트는 닭고기 1.2kg당 가격을 기존(5천900원)보다 300원을 낮춘 상태며, 돼지고기 가격도 대폭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한돈협회와 대한양계협회는 닭과 돼지 등에 대한 소비조사에 나서는 한편, AI와 구제역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자면 AI·구제역 발생 직후 가격이 상승하지는 않지만, 대규모 살처분이 향후 수요 감소로 이어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람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니 일반인들의 농가 방문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성필·박정식·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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