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은 돼지, 얼마나 또 죽여야”

돼지농장 ‘구제역 확진’ 날벼락… 이천은 지금 
4년전 악몽 생생한데… 비극 재연 “확산 막아야” 차단방역 팔 걷어

“구제역 때문에 4년 전 피붙이같이 기른 돼지를 모두 땅속에 묻어야 했는데 같은 현상을 보니 울컥하네요”

30일 오전 10시께 이천 장호원읍 어석리 구제역 발병농가를 마주한 길모퉁이. 인근 설성면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K씨(60)는 지난밤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내 현장을 찾았다. 그는 구제역 때문에 농장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된 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천지역에서 사육중인 돼지 98.8%가 매몰처리 됐고 그 수는 무려 36만7천여마리에 달했다.

4년 전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한 듯 K씨는 “또…”하며 말을 흐렸다.

이천지역이 구제역으로 초비상이다. 일선 축산농가는 물론 축협 등 관련 업계, 이천시 등 방역당국이 구제역 퇴치에 아우성이다.

구제역 발생 농가는 지난밤부터 농장 진출입로 2곳에 일찌감치 통제선이 설치됐고 인근에는 현장통제소와 거점소독시설 등이 마련됐다.

당초 매몰 예정 돼지는 구제역 양성판정된 32마리로 한정됐으나 동일 축사내 돼지를 전량 매몰키로 방침을 급선회하면서 현장은 긴박감이 흘렀다.

오후 2시 20t 규모의 매몰통이 투입되면서 작업은 시작됐고 전날 안락사된 돼지부터 모두 180여마리가 땅속에 묻혀갔다.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은 그때와 같이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게다가 감염된 돼지는 1차 백신투여로 항체 형성이 비교적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과 불안감이 교차했다.

이천시와 경기도는 구제역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 양돈농가 8곳, 1만8천368마리의 이동을 제한했다. 또 발생 농가 주변 10곳에 이동제한초소를 설치하고 소독을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 방역에 돌입했다.

이천시 관계자는 “행여 구제역이 이천으로 넘어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결국 또다시 멍에를 안게 됐다”면서 “시와 도 등 방역당국이 최선을 다하겠지만 농가 등 주민들 모두가 구제역 차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수, 통제에 잘 따라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천=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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