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성남 모란시장 가보니 상인들 “불황도 비켜갔는데…” 연말 대목 사라질까 ‘전전긍긍’
“연말을 맞아 장사가 될까 기대했는데, 조류인플루엔자 (AI)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연말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던 성남 모란시장이 고병원성 AI(H5N8) 발생지역으로 발표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기며 꽁꽁 얼어붙었다.
28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시장.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가축시장으론 큰 축에 속하는 모란시장은 토종닭, 칠면조, 오리 등 다양한 가축판매상이 모여 있어 경기불황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장날이 아니어도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찾아온 손님들로 시장분위기를 알 수 있는 곳이지만, 이날은 북적거림은 온데간데 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동동거리는 발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충청도에서 토종닭을 공급받는다는 상인 K씨(67ㆍ여)는 “당국에서 나와 50여마리가 있던 닭을 모두 가져갔다”며 닭털만 날리는 텅 빈 닭장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달걀을 판매하는 또 다른 상인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지역으로 발표되면서 일반 손님까지 끊긴 상태”라며 “아무 관계 없는 업종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경기도, 성남시 등 축산 방역당국은 모란시장 내에 있던 가금류 630여마리와 가금류 판매소 18곳에 있던 토종닭과 칠면조, 오골계 등 3천202마리를 지난 26∼27일 살처분했다.
그러나 유동인구가 많은 전통시장인 만큼 감염된 닭이 소비자 등에게 판매ㆍ유통됐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어 AI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날(29일) 준비를 위해 물건을 정리하는 일반 상인들도 이 여파가 계속 이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장날에 연말’이라는 1년에 한 번 있는 특수효과가 퇴색되지 않기를 맘 졸이고 있다.
김용북 모란가축상인회장(60)은 “모란시장 내 가축판매 상인들은 모두가 경기북부나 전라도, 충청도 등에서 중간 도매업자를 통해 공급받아 판매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얼어붙은 모란시장 경제가 더 경색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성남=문민석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