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SR 넘어 CSV로 진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필요조건을 넘어 충분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패러다임은 이제 진화되어져야 한다.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로 말이다. 두 패러다임을 살펴보자.

CSR활동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출발했다고 판단되어지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공익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출발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단발적인 활동을 통해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얻기 위함이 아닌 장기적인 활동을 꾸준히 지속함으로써 좋은 의도임을 인식시킬 때 마케팅 성과뿐만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도 도움이 된다.

단연 성공요인을 꼽으라면 진정성을 꼽겠다. 수용자들은 귀인(attribution)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CSR활동을 하게 된 이유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도 등을 추론하고 진정성을 살펴볼 수 있는 내공을 쌓았으니 말이다. CSR활동의 성공요인으로 지속성과 적합성(fit), 진정성을 꼽는 이유는 수용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있다.

수용자는 귀인과정을 통해 공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반응한다. 기업에 이득이 높은 CSR활동을 한다면 이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마련이다. 반면 기업이 공익적 CSR활동을 하면서 이를 중립적인 정보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면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날로 높아질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CSR활동을 접근해야 한다.

기업이 위기관리에 늑장 대처로 일관할 경우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자칫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에 처하곤 한다. CSR활동은 이러한 위기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수한 CSR활동을 통해 기업의 명성을 제고시키고 위기상황에 직면할 때 방어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친환경 대표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반영했기 때문이 아니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2년에 기업당 평균 사회공헌 지출규모가 53억8천만원이였던 것이 2012년에는 144억 4천만원으로 껑충 늘었다. 그렇다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도 이같이 껑충 늘었을까? 대기업의 신뢰도는 2001년에 39%에서 2005년 38%로 2013년에는 36%로 오히려 뒷걸음질 하고 있다. 사회공헌비용은 대폭 늘었지만 기업에 대한 호감은 오히려 줄어들어 CSR활동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인식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차원에서 탈피해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는 것에서 CSV 활동은 기업에게 새롭게 나아가야 하는 길을 제시할 수 있다.

공유가치 창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공유가치 창조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기업의 품질이나 가격경쟁력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기업의 이미지까지 고려하는 시대에 놓여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CSV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훈 경기평택항만공사 홍보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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