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렴, 우리 세대의 의무다

‘청렴(淸廉)’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음’이라고 말한다. 청렴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사회적 자본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서 청렴도를 높이지 않으면 공정한 사회도, 선진국가로의 진입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조사해 발표한다.

지난해 발표된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77개국 중 46위에 머물렀다. 이는 2012년 45위에서 1단계 하락한 수치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부터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을 실시하여 오고 있지만, 부패인식지수(CPI)의 수준에는 변화가 없고,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는 그동안 실시해온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고, 반부패 사회분위기를 정착시키기 못한다는 차원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현실에 봉착했다는 반증이다.

청렴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국격 상승을 위한 ‘기본요건’이 됐다. 성장이 우선시되던 시절, 반부패나 청렴의 사회적 자본보다는 경제적 자본 축적이 미덕이었던 탓에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쯤은 별 죄책감 없이 받아들였다.

오히려 자랑거리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면서 더 이상 이런 편법으로는 사회적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 됐다.

최근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대형비리 사건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청렴을 말하면서 굳이 위아래를 따질 필요는 없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되새겨 봄직하다.

부패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작용해 발생한다. 그 하나는 ‘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사적 이익’이다. 다시 말해 권력을 이용해 사적이익을 챙기는 것이 부패다. 부패는 권력과 힘이 있는 곳에 존재하고 지나친 사리사욕으로부터 비롯된다. 선조들의 가르침이 이를 확인시켜 준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잘 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말한다.

또 율곡 선생이 말한 ‘군자가 지켜야 할 아홉 가지 생각(九思)’에는 ‘견득사의(見得思義)’라는 말이 나온다. 이득을 보면 그것이 옳은 일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득이 정당하게 발생한 것인지 떳떳하게 취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이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한 사회는 청렴에서 시작된다. 청렴은 공정사회의 ‘필요조건’이다. 청렴의 가치를 외면하는 사회는 부패한 사회를 낳고, 부패한 사회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같은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지름길을 쫓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부패를 능력으로 알던 시대를 관통해왔다. 부패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청렴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는 관행이나 정(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부패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는 척결돼야 한다. 이런 에너지를 소외되고 외로운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시키는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해마다 큰 변동 없이 높은 점수를 유지하는 덴마크, 뉴질랜드 핀란드와 스웨덴이 높은 투명성, 공정한 사회, 건강한 거버넌스를 갖춘 것처럼, 우리나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청렴하고 깨끗한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우리세대의 의무임을 말하고 싶다.

심재빈 동두천 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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