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용관계 정상화 위한 출발 ‘근로계약서’

올해 8월1일부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에 대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즉시 사업주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조치기준이 강화되었다.

이는 고용관계에 있어 현 정부가 핵심 어젠다로 채택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의 하나이다. 노무의 제공과 그에 따른 보수의 지급이라는 고용관계에 있어서도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체불, 최저임금 미달 등 많은 ‘비정상’들이 행해지고 있다.

근로계약서 작성비율이 2010년 48%, 2011년 51%, 2012년 53%, 2013년 55% 등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50%대에 머무르고 있고, 영세ㆍ소규모 사업장과 시간제 근로자 등의 근로계약서 작성비율은 더 낮다. 또한 작년에 국내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액은 1조 2천억원, 피해근로자는 27만명에 달한다.

안산과 시흥을 관할하는 안산고용노동지청의 경우에도 작년과 재작년에 노동법 위반 신고건수가 약 9천건씩에 달했고 금년에도 신고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임금체불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근로계약을 맺을 때 급여와 출퇴근시간, 업무내용 등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명확히 작성해 놓았다면 쉽게 해결될 일인데도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아 사업주와 근로자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처리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양자의 감정다툼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지청에서는 사업장에 서면근로계약 작성 안내문 발송 및 설명회 개최, ‘근로계약서 서면작성 및 주고받기 캠페인’ 등 홍보활동을 하고, 근로감독관들은 수시로 사업장을 방문하여 근로계약서를 적정하게 작성ㆍ교부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근로계약 당사자들의 인식 개선 없이 고용노동부의 노력만으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은 가게인데 굳이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나요?”라는 사업주와 “근로계약서 쓰자고 했다가 괜히 밉보이고 싶지 않네요”라는 근로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상황이 크게 나아질 리 없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이 편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근로계약의 당사자들끼리 근로계약서를 작성ㆍ교부하는 것이 당연하고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정착될 때 비로소 건강하고 바람직한 고용관계가 가능할 것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누구에게 손해가 되고 누구에게는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권리의무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근로계약서 작성도 어렵지 않다. 우리지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는 ‘표준근로계약서’를 활용하면 된다.

잘못인 것은 알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별 문제없다는 그릇된 인식을 벗어나, ‘불합리한 것은 합리적으로’, ‘불공평한 것은 공평하게’, ‘불법적인 것은 적법하게’ 개선하는 것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로 나아가는 길이며, 근로계약서 서면작성ㆍ교부는 그러한 근로관계의 정상화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이덕희 고용노동부 안산고용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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