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유물 한자리… 박물관은 살아있다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면 그 지역의 박물관을 가 보라는 말이 있다.
지역박물관은 그 지역의 흔적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집과 보존, 연구, 전시 등 본래 기능을 넘어 교육과 참여, 위락의 기능까지 더해져 지역주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추세다.
이런 멀티 기능을 더해 새롭게 재탄생한 박물관이 있다. 바로 하남역사박물관이다.
하남시는 박물관을 10년 만에 이전해 지난달 30일 재개관, 복합문화공간을 가미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흩어졌던 지역 유물 체계적 관리 필요성 대두
지난 2004년 6월 하남시 덕풍1동 옛 하남시청 건물 한쪽에 자리를 마련해 출발한 하남역사박물관은 덕풍3동에 새건물을 지어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임시 휴관했다가 1년 만에 문을 연 박물관은 대지 4천125㎡, 연면적 6천726㎡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다.
지상 2~3층에 상설전시실은 물론 지하1층에 특별수장고 2개와 일반수장고 1개 등 총 3개의 수장고를 갖췄다. 또 1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어린이체험실 등을, 2층에는 조선실과 근현대전시실, 3층에는 선사실과 고대실·고려실 등을 각각 마련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남시는 구 시청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 박물관은 건물 노후화와 전시공간 협소, 수장고 부재 등으로 박물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시 전역 곳곳이 사실상 야외 박물관이다.
하남시 춘궁동(궁안) 일대를 초기 백제시대(위례성ㆍ한성백제)의 도읍지로 보는 사학자들로 적지않은데다 미사리 일원에서는 신석기 시대의 선사유적(국가사적 352호)을 비롯해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유적이 출토되고 있다.
그러나 하남에서 발굴ㆍ출토된 유고와 유물임에도 불구, 발굴기관인 서울대ㆍ한양대ㆍ숭실대ㆍ세종대ㆍ경기문화재단의 박물관 등으로 흩어져 보관돼 왔다. 이런 여러 사정으로 역사박물관의 신축 필요성이 대두돼 이번에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 선사시대~근현대까지 유물 1천104점 전시
하남역사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하남지역에서 출토된 유물과 자료 1천104점을 14개의 벽부식 진열장과 31개의 이동식 진열장에 전시하고 있다.
전시 유물 90% 이상이 하남시에서 출토되거나 관련된 유물들로 하남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전시해 놨다.
사적 269호인 미사리 유적을 중심으로 하남의 선사시대 문화를 정리했는가 하면 백제 도미나루(渡迷津) 설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했고 광암동 백제 돌방무덤·이성산성 성벽을 전시실 내에 직접 재현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332호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을 3D 스캔으로 촬영해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했다. 이 불상을 받치던 연화문 좌대는 하남시민에게 기증받아 선보인다.
지난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당시 하남시 선동에서 수습되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명문기와도 전시한다.
선동은 기와제작지로 유명한 곳으로, 제작된 기와에 그것을 수급받을 지역 이름을 직접 새겨 넣어 학술 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 시대별 유물 체계적 전시… 내고장 역사 한눈에
선사 전시실 : 사적 제269호로 지정된 미사리 유적을 중심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원삼국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도구와 토기, 한성백제 시기의 계란모양 토기ㆍ깊은 바리모양 토기ㆍ짧은 목항리 등 당시 미사리인들의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최근 미사지구에서 출토된 구석기 시대 유물인 흑요석으로 제작한 좀돌날몸돌이다.
흑요석은 일정 지역에만 채취가 가능해 선사시대 문화전파 경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전까지 시의 역사는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석기 유물 발견으로 하남시의 역사성이 한층 더 넓어지게 됐다.
고대 전시실 : 하남지역을 포함한 한강 일대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한 지역으로 삼국의 유적과 유물이 고루 나타난다.
고대 전시실에서는 백제의 도미설화, 광암동과 덕풍동 백제 무덤, 이성산성을 중심으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덕풍동 유적에서 출토된 쇠도끼, 허리띠장식 등 다양한 부장품을 비롯해 광암동 백제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항아리, 신라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토기 합을 볼 수 있다.
고려 전시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ㆍ전시 중인 보물 제332호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을 3D 스캔 촬영을 통해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 전시하고 있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기와 전시장에 전시된 명문기와이다. 하남시 선동에서 1925년 대홍수 시 수습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던 것으로 통일신라시대 지명과 기와의 생산ㆍ배급경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다.
조선시대 전시실 : 이곳에는 하남시에서 출토된 백자, 분청사기와 생활유물 등을 전시해 조선시대 하남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대표유물은 감북동에서 출토된 백자명기, 조선시대 종친인 광성부정(匡城副正) 이전(李銓)의 묘지명인 철화백자묘지명, 중요민속문화제 제12-14호 중정기세·정계순 호폐와 광주부 동부면 장례촌 검문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근현대 전시실 : 3ㆍ1운동 관련, 하남시 인사들의 판결문과 신상기록카드와 근대개화 인물 유길중, 근대 신소설작가 최찬식, 헌법학자 유진오 등 지역 인물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또,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미국 해병대원 버스비어가 기증한 등록문화재 제383호 태극기 등 기증유물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근현대 거리에 가보면 하남시의 옛 거리모습과 학교 관련 사진영상이 흐르고 수도펌프와 물지게 체험, 옛 학교 교실 체험 등 체험코너를 마련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하남=강영호기자
[인터뷰] 이교범 하남시장
역사 자긍심·교육의 장 지역문화 정체성 확립
Q 박물관 신축하게 된 배경은.
A 10년 전 하남시는 구 청사 건물에 박물관 개관ㆍ운영해 왔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1천여 점이넘는 발굴 유물을 전시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제대로 된 수장고 시설도 없어 많은 문제점들이 도출됐다.
이 지역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공부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었고 역사박물관이 새로이 건립돼야 할 필요성이 계속 대두돼 왔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지난 민선5기 공약사항으로 추진, 이번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Q 현재 국가사적 제422호 이성산성은 한양대 박물관팀에 의해 20년 동안 12차에 걸쳐 발굴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발굴된 유물을 한양대 박물관 등에서 보관 중인데 이관 계획은.
A 우리시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고유한 역사성과 시대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 시민들의 품에 안겨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현재 전시 가능한 유물 580여점을 우선 이관하기 위해 서울대ㆍ고려대ㆍ한양대박물관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Q 박물관 기대효과 및 향후 활용계획은.
A 이번 하남역사박물관의 신축 개관은 시의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지역문화 정체성 확립이라는 점에서 향후 36만 자족도시로 발전하는첫 걸음을 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로 인해시민의 문화ㆍ역사적 자긍심 고취에 큰 역할을 할 것이며 박물관을 중심으로 하남문화예술회관과 하남문화원 등과 연계한 지역 문화예술복합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준 높은 소장품을 확보ㆍ보존하고 연구하는 박물관본연의 기능에 충실함은 물론 각종 특별전시전을 비롯해 역사 강의,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프로그램을 마련해 우리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교육현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하남=강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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