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과 보험사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이 병원 압수수색 현장에 보험사 직원을 경찰로 위장, 참여시키거나 보험사 직원들이 경찰을 사칭하는 사례가 빈번하여 문제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찰과 보험사간의 공생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수사권이 없는 보험사는 수사의뢰를 위해 막강한 자금 및 조직력을 동원해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접근한다. 경찰은 첩보입수나 혐의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험사 직원들의 협조와 이들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친분도 쌓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험사는 보험금 환수나 해지 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경찰은 실적에 급급하여 울며 겨자 먹기 식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와 생활고, 한탕주의에 편승해 최근에는 10대들까지 보험범죄에 가담하는 등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살인, 방화, 자해, 공갈 등 범행방법도 다양하다. 따라서 보험범죄의 예방과 단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우선 보험사의 잘못된 관행과 횡포가 먼저 시정돼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험사는 언론매체와 설계사 등을 통해 상품판매에 혈안이 되어있다. 유명 방송인과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 가입 시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처럼 유인하거나 ‘국민 ○명 중 ○명은 암으로 사망한다’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식의 광고행태 등등 가히 보험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감언이설로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는 보험사는 막상 질병이나 상해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게 될 경우, 결국 숨겨두었던 ‘가시’를 드러낸다. 물론 보험금 청구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한 심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맞지만 입원환자와 병원에 대한 퇴원종용, 보험급여 삭감, 미행·감시 등 사생활 침해는 물론 ‘수사의뢰’ 운운하며 협박하여 지급보험금을 환수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게 되는데 설사 무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피보험자와 병원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조그마한 약점이라도 드러나면 그야말로 ‘봉’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보험사는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거머쥔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병마와 싸우는 것 보다 보험사와 싸우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지금도 보험만 철석같이 믿고 투병 중인 수많은 환자와 가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병원과 의사들이 있다.
보험사기를 일삼는 소수의 부도덕한 국민과 의사들 때문에 이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관계 당국과 수사기관은 이제부터라도 보험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단속하되, 보험사에 의존한 무분별한 수사는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입각한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야 경찰수사의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장기현 한국바른수사연구소장•경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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