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용인동부署 ‘조폭검거’ 속앓이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대학시절 이어폰을 귀에 꽂고 흥얼흥얼하며 즐겨 따라부르던 가요의 가사 중 일부다.

범죄 예방은 물론 범인을 최대한 신속히 또는 많이(?) 검거할수록 기뻐해야 할 경찰서에서 가사 내용과 같은 웃지 못할 일이 최근 벌어졌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최근 개인 사주를 받고 남의 영업장에 들어가 영업방해를 한 조직폭력배와 추종세력 일당을 일망타진했다. 무려 11명이다. 특히 이 중 2명은 용인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다 최근 활동이 뜸해진 것으로 알려진 조직에 소속된 조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6월 술집을 운영하는 50대의 사주를 받고 처인구 김량장동 한 호프집에 들어가 테이블을 점령하고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영업방해를 했다. 또 직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9월과 10월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이들 일당을 차례로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 누가 보더라도 조폭과 이들을 따르는 추종세력을 한꺼번에 검거해 큰 성과를 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다음달까지 실시되는 ‘동네조폭 척결 특별단속 기간’에 애꿎은 시민을 괴롭힌 폭력배들을 일망타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정승호 서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속내는 좀 달랐다.

정 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검거는 잘했지만, 자칫 검거 소식이 알려지면 오히려 용인지역에 조폭이 활동한다는 것으로 보여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스런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검거 소식은 용인이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에 선정됐다는 정부 통계 발표 직후였기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용인동부서는 조폭을 검거한 공을 분명 세웠다. 그러나 앞으로 서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했던 웃지 못할 고심을 두번 다시 겪지 않기 위한 것도 용인동부서 직원들의 숙제로 남게 됐다.

용인=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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