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 이젠 집으로 가야한다

뿌연 하늘위로 낙엽비가 후두둑 내리는 가을 아침이다. 서리 내리고 쌀쌀한 공기가 콧등을 스치고 지나는 초겨울이다. 꽃피던 봄날에 잠긴 세월호가 벌써 7개월을 넘어서는 지금, 더 이상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사고 그 자체에 대한 반성으로 우리의 미래를 향해 집으로 가야한다.

용인에는 성지(聖地)가 여러 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첫 사제 부임지가 지금의 은이성지(隱里聖地)이다. 은이(隱里)라는 말 그대로 ‘숨겨진 동네’, 또는 ‘숨어 있는 동네’라는 뜻으로 교우들이 숨어산 곳의 지명이다. 그러나 음산인 이곳에도 1840년대부터 사제는 물론 수많은 교우들의 순교가 이어졌다. 그들은 살고자 찾았지만, 곧 그곳은 죽음의 땅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고 한국 기독교의 깊은 뿌리가 되어 지금의 천주교의 발원지가 되었다. 명계(冥界)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곳은 죽음의 땅이었으나, 그 순교란 어려움을 뛰어 넘어 수많은 희생이 한 알의 씨알이 되었다. 김대건 신부는 그곳에서 자라서 복음을 전하는 사제가 되고, 그와 더불어 많은 교우들과 함께 한국교회 부흥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월호가 침몰한 곳의 ‘맹골수도’(孟骨水道)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있는 수도(水道)이다. 위키 기록에 보니,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전라남도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세다.

그곳에서 우리의 오래된 악습으로 피지 못한 젊은 꽃들이 수없이 졌으니, 참으로 숙연하다. 그러나, 용인의 은이 성지처럼 그들의 희생이 오히려 대한민국을 참으로 일깨우고, 새로운 질서로 가는 길이라면 그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순교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부흥을 이루는 것처럼, 조국이 다시 일어나는 계기로 삼는다면 섭섭함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판에 휘둘리는 모습이 더 안타까울 뿐이다. 사건의 본질은 부실한 선박관리에 따른 해상의 전복사고이다. 그 외의 것은 차후의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고 대통령의 특별 담화에서 책임한계를 분명히 했고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은 대통령의 약속이다. 이 문제도 우여곡절 끝에 며칠 전 여ㆍ야간에 간신히 타결돼서 마무리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 의미로 세월호 인양도 조심스럽지만 현실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유가족도 마음을 다잡아서 인양에 대해 고민해 주실 것을 권유한다. 더 이상 거론키 어렵지만, 선박 인양도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모두 알면서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유가족이 고민해 주실 것을 조심스레 건네 보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산다.

사고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한민국 전체가 마음을 합하여 반성하고, 상처를 치유하여, 더 나아가서는 거침없는 개혁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따듯한 마음으로 쓰린 상처를 보듬어 안는 우리 사회의 합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더구나 어려운 서민들의 생활은 난민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다가오는 추위를 벗어나는 현실의 고통에서도 벗어나야한다. 그러므로 모두 힘을 합해서 각 분야에서 마무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유가족을 길거리로 내몰지 말자.

이젠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세월호를 집으로 보내는 국민적 응원이 있어야 한다. 부디, 따듯한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보듬어 안고 미래로 가야한다.

함동수 용인문협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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