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가맹점 수수료 갈등을 보면 소비자는 역시 봉이고 영리 대상이다. 각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가격 경쟁으로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함에도 복합할부금융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동차는 등록대수 2천만대를 돌파하고, 4인 가족당 1대를 가지고 있을 만큼 현대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구매력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권의 자동차 금융도 한 몫을 했다.
복합할부상품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면 캐피탈사가 할부금융을 취급해 카드사에게 지불하고 소비자는 매월 원금 일부과 이자를 갚아 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자동차사가 지불한 가맹점수수료 1.9%중 0.37%를 수수료로 챙기고, 소비자에게 캐쉬백으로 0.2%, 캐피탈사에게 1.33%를 지급해 금리를 낮춘 뒤 일부는 소개한 자동차 판매사원에게 지급된다.
지난 2010년부터 본격화된 복합금융상품은 지난해 이용액이 2010년 8천654억원보다 5배 많은 4조5천906억원에 이르고, 같은 기간 164억원이던 수수료는 87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90%를 웃돌았던 현대캐피탈의 현대차 할부금융시장 점유율은 76.4%으로 줄었다.
내부 논란이 많든 복합할부상품에 대해 올해 초 현대는 그룹차원에서 상품 취급 중단 등의 반격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사측에서 지급하는 가맹점 수수료로 판촉 활동을 한 뒤 대손비용 없이 중개 수수료만 챙기는 카드사들의 행위는 일종의 시장 교란이라며 금융당국에 판매 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또 자동차산업협회도 복합할부상품이 자동차 회사들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과 조직 관리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등 많은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며 조속한 폐지를 요구했다. 반면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들은 현대캐피탈이 현대ㆍ기아차 할부금융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복합할인상품은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줄 수 있어 오히려 권장해야 할 상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10월말로 종료되는 현대차와 KB카드 가맹점 계약 경신 건으로 한층 심화됐다. 현대자동차는 자기들이 부담하는 1.85% 가맹점수수료로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업비용에 쓰는 봉이 김선달식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수수료 0.7%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맹점 계약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드사는 대형가맹점의 횡포라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의 현대캐피탈의 행보는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던 할부 금융 시장의 잠식이 일어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단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자동차사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자동차 구매결제를 하는 한 가맹점 수수료를 차별화해서는 안 되며 카드결제 비중을 낮출 수 있는 부가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금융사들이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의 효용과 편익을 제고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자동차사가 지불하는 수수료를 가지고 나눠 먹기씩 영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카드사는 자금 부담과 위험이 없는 가맹점 수수료는 낮추고, 캐피탈사는 금리경쟁을 해야 한다.
금융사들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최적의 상품을 선택하여 차를 구매하면 그 만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고, 자동차사나 금융사도 매출이 증가해 수익이 증가할 수 있다. 서로 잇속 챙기기를 지양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문화에 도움을 주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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