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주 송전탑, 밀양보다 나은 방법으로 해결을

여주를 비롯한 경기 동부일대는 신울진∼신경기 765㎸ 송전선 건설에 대한 주민 반대로 한전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신경기 변전소와 송전선로가 필요한 이유는 신울진원전이 생산하는 전력 1천491만㎾를 위한 추가 변전소와 송전선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린 이미 밀양 송전탑 사태를 통해 송전선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765㎸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양 주민들과 한전이 조정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중 하나가 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송주법)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고압송전선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합의가 송주법인데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신울진~신경기 765㎸ 송전선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보면서 재산권과 건강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진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주어져야 할 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국가권력은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충격을 준 경우가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시민들의 성숙도와 합리성이 높아졌다. 더 나은 소통방법과 해법 제시가 이루어진다면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숙했다.

어떻게 문제를 풀까? 밀양 사태와 그 해결 과정을 보면 그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도의원의 입장에서 필자는 해결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원만히 협상할 수 있는 절차를 미리 만들어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공화국으로, 대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라고 하지만, 작은 지역 소수의 재산권, 안전과 관련한 의견을 다수결로 엎어버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원만한 해결을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문가 협의체를 만들고 경기도가 중심이 되어 송전탑, 변전소 설치 타당성 연구를 시행해야 한다. 한전과 정부에서 보내주는 자료로 형식적인 보고서만 만들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지역주민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를 통해 설치 타당성, 대안, 재산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주민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여론 수렴을 해야 한다. 합리적인 보상책과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셋째, 갈등을 줄여나갈 대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 무늬만 수도권인 지역에 대한 수도권 규제 해제와 적절한 보상 등에 대한 법적인 검토도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내에 합동대책팀을 꾸려 지역 개발, 규제 해제, 지방 재정교부금 등의 정책을 제시하면서 주민들과 협의해야 할 것이다.

미봉책으로 송전탑 설치를 밀어붙였던 한전에 대항해 밀양 주민들이 9년간의 희생으로 얻어낸 것은 공론의 장을 만든 것이었다. 희생에 비해 본인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실 별로 없다.

경기 동부지역은 이 희생을 바탕으로 이 지역이 제2의 밀양사태로 얼룩지지 않도록 온갖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수십년간 발생해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사회적 분쟁을 해결해 나가는 좋은 본보기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송한준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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