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맹자의 촛불이 되신 김용현 선생님

김용현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76년 3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소재한 원삼중학교에서였습니다.

여느 선생님과는 분위기부터 다르셨고 학생을 대하시는 태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상 원리원칙을 준수하셨고 엄격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관대하시며, 가난하고 힘들게 생활하는 학생들에게는 특히 많은 정을 주셨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김용현 선생님께서는 농업과 반공, 지리를 담당하셨는데, 철두철미하게 수업을 준비하시고 학생들에게도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으며 일상의 업무에서도 조그마한 빈틈도 없으셨던 분 이셨습니다.

그렇다고 출세를 위해 윗사람에게 아부를 하거나 앞에서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은 더욱 하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농촌출신이라 그랬는지 모르나 직접 양봉을 치시기도 하시고, 젖이 나오는 양을 기르기도 하셨으며 가난한 학생들에게 직접 우유를 짜서 먹이기도 하셨습니다.

원삼중학교 졸업 후 시간이 많이 흘러 잊혀졌던 선생님을 우연히 다시 뵙게 된 날은 15년 전 의왕시청 재산관리계장으로 근무하던 2000년 10월경, 의왕시 백운저수지 제방 밑에서 열리는 백운예술제가 있던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초로의 남성 한분이 농가에서 출품한 유리 온실 속 화초를 보며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얼핏 보기에도 어디선가 많이 뵌 분 같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을 맡으셨던 김용현 선생님이라는 기억을 떠올리며 먼저 다가가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20여 년만의 극적인 해후였는데 구부정한 모습과 카랑카랑한 목소리며 자태는 여전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동안 반월농고에도 계셨고 안양서여중에서 교직을 퇴직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 ‘잘 기르고픈 씨알’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시고 제가 근무하는 의왕시청으로 직접 우편으로 보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뒤 의왕시 내손1동장으로 승진해서 근무 할 당시 사회봉사에 대한 숭고한 정신을 몸소 실천하시는 선생님의 모습 또한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었습니다.

2005년 추석 무렵, 당시 변재진 보건복지부장관께서 내손1동에 홀로 사시는 독거할머니 댁을 방문할 때 할머니께서 거주하는 방 한켠의 상 위에 ‘잘 기르고픈 씨알’이라는 책과 함께 할머니께서 한글을 연습하신 이면지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저는 궁금한 마음에 책을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 여쭤 보았더니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라며 자랑스럽게 말씀 하셨습니다. 김 선생님께서 교직에서 은퇴 하신 2000년 이후부터 한글을 모르시는 노인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계셨는데 할머니도 선생님께 한글을 배우시던 학생이셨던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보건복지부장관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안양시 박달동사무소에서 지금 할머니께 한글을 가르치고 계신분이 바로 저의 중학교 때 은사님이십니다”했더니, 장관님은 “동장님께서 참 휼륭하신 은사님을 두셨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참 부럽습니다. 동장님의 은사님께 한글을 배우시고 계시다니, 보통 인연이 아니군요. 참 보기 좋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선생님의 고귀하고 숭고하신 그 뜻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동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지난 9월28일 안양시민의날 기념식에서 제29회 안양시민대상(교육부문)을 수상하신 선생님의 기사를 경기일보를 통해 뒤 늦게 알게 됐습니다. 선생님의 안양시민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공직 생활을 8여년 정도 남겨 놓고 있지만, 남은 시간도 선생님의 훌륭하신 가르침을 본받아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도록 노력 할 것임을 다짐해 봅니다.

오복환 의왕시 시설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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