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국도 1, 42, 43호선 등이 연결되어 있는 경기남부지역의 교통 요충지이다. 이처럼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 보니, 1990년대 이후 급속한 차량 증가로 도심 교통정체가 심각했다. 이러한 도심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0여 년간 다양한 교통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그 정책의 중심에 있던 것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였다. 자동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도로가 건설되고 확장되어 온 것이다. 자연히 주민들의 보행권은 제한되었다.
자동차를 피해 육교나 지하도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교통약자인 장애인, 노약자, 영유아 등의 이동권 침해가 심각했다. ‘높은 문턱, 휠체어를 수용할 수 없는 버스나 택시, 각종 장애물이 많은 보도’처럼 도심은 점차 교통약자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수원시는 2011년 ‘환경수도’ 선언을 계기로 그동안의 ‘차량·소유·성장’ 위주에서 ‘사람·공유·환경’ 중심의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행궁동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기반으로 자동차 없이 무동력,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해 일상생활을 해보는 세계최초로 시도한 ‘생태교통수원 2013’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생태교통수원 2013’을 계기로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놀랍다. 주차 공간 등을 가지고 분쟁을 일으키던 주민들이 이제 서로를 바라보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차가 사라지고 일어난 놀라운 변화다. ‘자동차 없이 살아 본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그것을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주민들의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태교통과 연계한 원도심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했다. 생태교통 인프라 구축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환경재생, 골목상권의 문화적 재생과 접목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주거공동체 재생의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와 병행하여 ‘자동차 없는 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도심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수원시의 의지가 담겨있다.
최근 국내외 다른 도시의 전문가, 주민들의 수원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미래의 생태교통도시에 대한 가능성의 증명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동수단의 전시회 등 각종 행사를 통한 생태교통수단의 산업적 측면의 발전가능성을 가늠하고, 동시에 소득과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원시는 녹색교통체계의 구축, 저탄소 녹색도시 구현을 통해 ‘환경수도’로서의 장기적 비전과 함께 생태교통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에 있다. 생태적 가치와 지역이 가진 역사·문화적 가치의 결합으로 관광효과의 극대화, 도시브랜드의 확립 등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및 발전의 동력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현대인에게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하다’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명제다. 그러나 그 불편함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처음 생태교통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민들은 자동차 없는 삶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은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 단순히 자동차가 사라진 게 아니다. 삶의 태도가 변하는 것이다. 의미 없는 질주대신, 깊은 사색의 느림을. 나 혼자만 먼저 가겠다는 경쟁 대신 함께 걷겠다는 연대를! 그렇게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우리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박흥수 수원시 교통건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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