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렴한 공직사회와 행복한 대한민국

“선생님, 약소하지만…넣어 두시죠.”

대한민국 공직자라면 한 번쯤은 고객으로부터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지난 여름 임용돼 일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에서도 담당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 고객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처음 고객으로부터 현금 봉투를 받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그 고객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무엇이 국민들에게 공공기관에는 뇌물을 주지 않으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일까.

세월호 사건은 필자의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죄 없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공직사회의 경직성과 부정부패였음이 실시간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운업계 간부들 대부분이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해운업계의 무리한 출항을 그동안 눈감아줬던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부패한 공직사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청렴’이라고 결론지었다. 공직자의 청렴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며 더 나아가 국민 행복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지사는 청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경기지사는 사업주 500명이 참석한 장애인고용저조기업 설명회에서 청렴교육을 실시했다. 직원 개인은 오직 법과 규정에 의해 일을 처리할 뿐, 금품수수로 더 큰 혜택을 줄 수도,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공단 임직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3만원 이상의 선물은 일절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 고객이 감사의 표시라며 술 한 병을 가지고 찾아오셨다. 해당 직원은 야멸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게 선물을 거절하고 고객을 돌려보냈다. 성의표시를 한 것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질문하자 명쾌한 대답을 해주셨다. ‘다른 고객들로 하여금 사적인 선물 없이는 공단을 통해 취업하기 힘들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사회인식과 관련된 국제공동연구인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3%는 국회를, 52%는 공무원을 신뢰하지 않는다. 군대(36%) 경찰(42%) 법원(33%) 등 거의 모든 권력기관에 대한 불신은 싱가포르와 비교해 2∼3배 높다.

그렇기에 공직자들은 청렴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오늘도 수많은 공직자들은 엄격히 스스로를 살피며 직무에 임하고 있다. 대다수 공직자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공직 비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윤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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