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하가 점차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변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 결실의 계절 등 온갖 수사(修辭)가 뒤따르는 가을, 지천명(知天命ㆍ50살)을 바라보는 나는 각종 전문서적과 보고서가 담긴 가방을 들고 지난 3월부터 서울대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차례씩, 그리고 부정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건설 전문가의 강의는 물론이고 정·관·재계의 전도유망한 인사들과의 교류는 나 자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국내 내로라 하는 교수, 각계 전문가의열변을 토하는 강연,그리고 학생들의 진지한 수업자세, 강의 후 분과별 토의를 하는 등 수업 내내 한눈 팔겨를도 없다.
나의 인적네트워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교육에서 만난 기업임원과의 꾸준한 정기모임을 통해서는 무지함, 교만, 나태함 등을 반성하고 되돌아 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다.
최근 서울대 조찬강의에서 소개된다국적 기업인 3M사의 경영사례는 두고두고 뇌리에 각인돼 앞으로 내 인생의 좌표가 될 것 같다. 올해로 창립 212년을 맞은 3M하면 요즘 최대 화두인 ‘혁신’‘창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사원들은 자발적인 노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해 고객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회사는 이를 위한 여건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525개의 특허다. 연간매출 167억 달러, 종업원 7만5천명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3M성공의 요체는 기업 내 조직문화, 조직 내 원활한 소통, 경영자의 지원활동 등 3박자가 어우러져 이뤄낸 셈이다. 필자가 3M의 경영사례에 주목하는 것은 신뢰경영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과정에서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사기를 진작시켜주고 묵묵히 기다려 준다. 이런 게 밑거름이 돼 사원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을 이끌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이젠 CEO의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한번 실수했다고 다그치거나, 심한 모욕을 주는 전근대적 경영방식으로는 생산적인 기업환경을 일구는 데 한계가 있다. 한우물을 파는 경영전략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품의 라이프스타일이 갈수록 짧아지는 현실에서 그렇다고 미련하게 한우물만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영환경에 둔감한 기업은 경영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시장변화, 국제화 물결 등 국 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다 가는 서서히 산소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수한 기업으로부터는 우수한 기업대로 그 회사의 좋은 점과 제도를 배우는 동시에 실패한 기업으로부터는 그 실패한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그 기업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경영이 필요하다.
프로세꼬(Prosecco)포도주라는 게 있다. 이탈리아 포도주인데 톡 쏘는 맛이 일품이며 값이 저렴해 전 세계적으로 1억5천만병이 판매됐다고 한다. 얼마 전 읽은 책에 이를 빗댄 ‘프로세꼬 포도주에 의한 경영’이란 말이 있었다. 규칙적으로 부하직원들에게 포도주를 돌리고 30분간 대화를 나누는 것.
소통경영, 스킨십 경영을 강조한 말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지인들과 프로세꼬 포도주 맛을 음미하며 미래를 고민해 보고 싶다. 이런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신동협 한동건설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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