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공공요금은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한다. 생산 원가에 미치지 못하므로 적자가 발생하고 적자는 국민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런 공공요금 대상을 우리는 공공재라 한다. 지하철, 버스, 전기 등 공공요금을 적자가 예상되면서도 원가 수준에 맞추지 않는 것은 국민의 기본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공공 예술기관의 사용료 또한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 법률과 조례로 정하는 공공 미술관의 이용료는 무료 내지는 최소 경비로 산정한다. 미술관을 국민의 향수권 보장을 위한 공공재로 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미술관을 공공재로 보아 관람료를 받지 않는 것에 대해, 시장주의자들은 경쟁원리와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여 수익을 증대할 것을 주장한다. 예술 애호가 개개인의 편익을 증진하는 것이므로 이를 즐기는 개개인이 편익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대중예술이나 산업으로 분류되는 뮤지컬, 상업주의 화랑에는 설득력이 있다. 공공미술관 운영의 적자를 문제 삼는 것을 받아 들여 운영 현실화를 한다하더라도 공적자금에 의해 운영되는 공공미술관은 수익 창출 수단이 제한되어 있다. 화랑처럼 그림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없고 건립 목적 사업 이외의 수익 사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미술관 운영비는 개관 초기에는 시설유지관리, 인건비 대 사업비가 1:1의 비율로 편성되지만 시간이 지나 시설이 노후화된 경우에는 시설: 인건비: 사업비가 1:1:1의 비율로 관리비 증가율이 사업비를 능가하게 된다.
이때 직접 사업 수입은 사업비 지출의 50%를 유지하기 어렵다. 전체예산의 15% 자립도가 쉽지 않은 것이다. 미술관 운영의 수입원은 입장료, 대관료 그리고 카페운영 등 부대사업, 협찬, 기업이나 개인후원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개인협찬이나 기업 후원은 공공미술관 운영에서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고, 카페운영을 자치단체가 별도로 임대하는 경우에는 주 수입원을 잃게 된다. 가령 10억 원의 공적 자금을 집행하는 미술관이 있다고 가정하고, 연간 관람객이 20만 명이고 입장료가 천원이라고 한다면 최대 수입은 2억 원이다.
일부 대관료를 포함한다하여도 재정자립도는 20% 수준이 될 것이다. 방만한 운영 결과가 아니라면 나머지 8억 원은 적자 의미만 있는 것일까?
공공재를 통한 공적자금 집행은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수지계산으로는 적자이지만 20만 명에게 1인당 4천원의 세금 환급을 해준 셈이다. 예술 창작이 활성화되고 어린이의 인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인적 투자비용이다.
인재로 자라서 사회적으로 기여 하는 원동력이 되고 행복 지수가 높아진다면 공공 미술관 고유의 목적에 부합하는 적은 비용의 큰 투자 효과가 아닐까? 왜냐하면 공공 미술관은 이를 목적으로 건립되었고 문화 환경이 열악한 군 단위 지역에서는 더더욱 향유기회 제공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IMF 이후 예술기관에 대해 재정자립도를 높일 것이 요구되었다. 국정 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재정 자립도 보다는 얼마나 더 그 예술기관이 주어진 소명을 다하고 문화 향수권 신장에 노력하였는가를 중시한다.
완전한 공공재로서의 무료입장보다 유료관람이 바람직하다고 하는 것은 수익성 증대보다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예술 구매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있다. 건강한 예술 환경을 만드는 것에 더 큰 목적이 있다. 공공 미술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때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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