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을 위한 나라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3년 우리나라는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2.2%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고령인구비중은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24.3%, 2040년에는 32.3%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늘었지만 많은 노인들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치매유병률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2030년에는 노인치매 환자가 114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주의에 입각한 효(孝)의식을 강조하면서 노후에 돌봄이 필요한 노부모의 부양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맡겨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노인돌봄과 관련된 쟁점 중 하나는 바로 탈가족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더 이상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둘 수가 없게 되어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은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가족의 책임으로 맡겨져 왔던 노인부양을 공공 담론의 주제로 이끌어 내고 노인부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경우 개인주의, 합리주의 성향을 바탕으로 하여 노인돌봄의 정책은 지역사회보호를 중점으로 하여 살던 곳에서 계속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노인들이 시설입소를 하게 되면 되도록 지역사회 안에서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받고, 거주자입장에서의 서비스와 가족친화적인 돌봄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적인 노인요양시설의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서구의 노인요양시설은 거주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가족들의 부양부담 완화와 시설 입소를 통한 가족들의 죄책감, 불효, 슬픔과 안도의 양가강점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가족참여의 방안을 모색하여 가족과 직원이 함께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파트너쉽’을 개발하고 있다.

치매 노인의 노인요양시설 입소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의 부양부담이 경감되고, 치매 노인 당사자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보다 더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의 삶의 보면, 이러한 가정과는 다른 것 같다.

노인돌봄은 가족들에게 매우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특히 치매라는 질병 특성상 가족들은 큰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자식된 도리로써 부모를 부양하려고 하지만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과 가족와해 등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 가족들이 지치지 않고 치매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인 지지와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헙법 시행과 함께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노인요양시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파행적인 기관운영과 서비스 질의 문제를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기관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이를 제도적으로 근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노인요양정책의 중요한 과제이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오랜 전통 속에 내재된 노인돌봄문화를 어떻게 우리 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한국적 부양체계에 대한 고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된다.

유병선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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