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내에 여름과 가을을 아침, 점심, 저녁 다르게 겪고 있어서 가을은 역시 환절기의 계절로 그 만큼 한 해도 빨리 가고 있는 느낌이다. 시간의 빠름만큼이나 올 해는 사건도 많고 이슈도 많았던 해이자 매 달마다 사회적 이슈나 화제, 논란거리가 급변해서 두 달 전만 해도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반문하게 된다. 그런 만큼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이 쌓여가는 듯하다.
2014년 근래, 매일같이 들려오는 국내 뉴스거리들을 살펴보면 특정한 정치권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 세월호사건 관련 뉴스를 차지하더라도, 서울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윤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임병장 총기난사사건을 비롯한 군대 내의 폭력과 자살사건들을 포함한 병영 내 문제들, 서초동 싱크홀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곳곳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반사이다.
한 때,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를 걱정하는 것이 지나친 기우 중의 기우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현실로 느껴지기도 한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말에 누구나가 끄덕거리고 있는 사실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안전과 관련해서 일주일 전, 갑자기 연구실에 전화설문조사가 왔었다.
질문의 요지는 “4대악 근절”을 위해 4대악에 대해서 얼마나 내가 숙지하고 있는지였다. 정부가 2년 전 국민안전을 위해 척결해야 할 4가지 범죄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이라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2년 전에는 이것이 필수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 질문을 받고서야 2년 전에는 이 4가지 이슈가 중요했구나를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 년 내가 이 질문을 받았는데, 올 해는 사건 사고가 너무나 많고 놀라 와서 내 자신이 이것을 잊어버린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히 “안전”이라는 언어가 쉽게 현실로 다가올 수 없는 것은 안전이라는 두 글자가 현실의 일상생활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실,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투명성이 지켜져야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루하루가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서 한 달이 되듯이, 우리의 사사로운 습관과 태도, 관습적인 일상을 이루고 또한 이것이 사회적으로는 기본 인프라가 되고 관습이 된다.
사회구성원 각 자의 일상생활과 각자의 직분에서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원칙과 규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책임의식이 모여서 그 사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돌아보건대, 항상 “바쁘다” 또는 “시간이 촉박하다”라는 핑계로 우선 ‘넘기고 보자’라는 심경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내 일상을 점철해 온 것을 새삼 반성하지만, 이것이 또한 습관처럼 내 몸에 베여서 어느 새인가 고치기가 매우 힘든 삶의 패턴이 되어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마감이 없으면 일이 진행되질 않는다라는 어느 친구의 말이 남의 얘기라고만은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의 여파 중 하나가 차분차분히 기본을 다지고 검토해서 나아가기 보다는 현실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만을 우선시해 왔다는 점은 누구나 알 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근본적인 원인분석이나 체계적인 대응보다는 우선 “인재”가 아닌가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 일쑤이다.
우리사회에서 “기본”이 무엇일까? 라고 다시 한 번 되물어본다.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가슴 아픈 문제와 이슈들이 일상의 곳곳에서 기본적인 것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진행해온 것의 결과라는 것쯤은 알 고 있다.
나를 돌아보고, 내 습관을 돌아보고, 내가 하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가를 성찰할 시기이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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