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설립자 동상’ 홍역

비대위, 전교생 철거 서명운동 서울캠퍼스 반발하자 ‘용인行’
일부 학생들 “친일 행적 인사를” 학교 “법인서 설립 우리와 무관”

한국외국어대가 학생들의 반발로 서울캠퍼스에 세우려다 실패한 학교 설립자의 동상을 용인 글로벌캠퍼스에 설치하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철거를 요구하며 전교생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외대와 글로벌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외대 용인 글로벌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긴급회의를 열어 설립자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전교생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김홍배 설립자 동상 설립 규탄 및 철거 요구’ 성명서를 이사회와 총장실 등에 보낸 바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8월 학교 측에 설립자 동상을 당장 철거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원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제출했지만, 재단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난 17일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글로벌캠퍼스 학우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으며, 학교와 재단 측에 학생들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16일에는 루마니아어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명수당 친일파 동상, 괜찮습니까?’라는 제목의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학생회관 1층 벽에 붙여 재단의 동상 기습 설치를 대놓고 비판하는 등 곳곳에서 학생들의 반발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동상 설립은 학교 법인인 동원육영회에서 진행한 사항으로 학교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으며 동원육영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이 별다른 반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학생들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대 학교 법인인 동원육영회는 지난 3월 개교 60주년을 맞아 학교 설립자 동원(東園) 김흥배 박사(1914~1987)의 동상을 서울캠퍼스에 세우기로 하자 일부 동문과 학생들이 그의 친일 행적을 지적하며 집단 반발, 결국 동상을 세우지 못했다.

학생들과 일부 동문들은 김 박사가 일제시대 군납물품을 만드는 노다(野田) 피복공장을 세워 광복 때까지 사장을 맡았고, 태평양전쟁 기간엔 지원 단체인 경성부총력연맹 이사를 지내 친일 행적을 했다며 동상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용인=강한수ㆍ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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