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흘러간다

추석연휴가 지났다. 모두가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곧, 가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릴 것이고, 이내 산천(山川)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 것 같다. 이맘쯤이면 모두가 가을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 듯한 계절이다. 여느 때 가을 같으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난 여름은 세월호 참사라는 큰 슬픔 앞에 더욱 길게만 느껴졌고,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갈팡질팡하고 있다. 자연을 노래하는 여유를 찾기엔 우리의 문밖 세상이 너무 슬프다.

나의 고향 진도 앞바다 팽목항은 그 시절 행복의 바다에서 슬픔의 눈물바다로 변한 지 오래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 10여 명의 실종자를 찾는 애타는 가족들의 절망과 눈물, 그칠 줄 모르는 흐느낌은 기약이 없다.

게다가,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세월호 특별법은 그 제정 방식을 둘러싸고 심각한 국민적 내분을 겪고 있다.

그 내분은 여·야간 또는 여당과 청와대 그리고 유족 간의 갈등을 뛰어넘었다. 급기야 이 사태는 이념적 정쟁으로 변질하면서 정국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은 이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이런 탓에 국정은 발이 묶인 채 한 발자국도 내 딛지 못하는 식물행정, 식물국회로 전락했고, 여야 싸움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정쟁으로 변질했다.

모든 흐름이 멈추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마음마저 멈추게 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전개된 이 세월호 정국은 이미 4개월을 훌쩍 넘겨 벌써 만 5개월째다.

슬픔의 바다로 변한 섬 진도. 진도 팽목항의 바다는 그럼에도, 슬픔을 뒤로 한 채 말없이 흘러가고 있다. 필자가 바라본 진도의 앞바다는 그랬다.

서로 얽히고 설키며, 같은 것 같지만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도 일정한 흐름으로 같이 간다. 서로 배척하지 않고 그렇게 함께 흘러간다.

민심을 엄중히 봐야 한다. 전문가 대다수들이 말하는 그 민심은 세월호법 논란에서 나아가 세월호 정국을 빨리 끝내라는데 방점이 있는 듯하다.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음은 이미 감지된 지 오래다.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정치가 아쉽고, 그리운 계절이다.

세월호 정국은 더는 서로 다른 정치세력 간의 반목과 질시, 싸움의 장(場)으로 이용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더는 모든 것이 멈추는 상황으로 가서도 안 된다. 바닷물의 흐름과 같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인 합의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한편으로 세월호 정국은 우리 사회 주체들에 던져진 위기극복의 시험대일 수 있다.

특히, 이번 세월호 특별법은 슬픔의 유가족과 충격과 분노 그리고 이에 절망한 대다수 국민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다시는 이런 미개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관리와 방재시스템화 작업을 서두르는 길이라고 본다.

이권재 오산지역발전포럼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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