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초보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은행이 300문제에서 700문제로 확대되어 2014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현행 300개 문제만으로는 교통법규, 차량의 특성, 도로통행 방법 등 교통안전 교육이 충분히 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간소화 정책의 가장 큰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여건과의 부합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과정 없이 특정 선진외국 운전면허제도를 그대로 도입한데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10.8명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가 중 교통안전수준이 매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교통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어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 수준은 낮고 매일 혼잡한 교통 상황을 접하면서 치열한 운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는 법규 위반이나 얌체 운전을 마치 대단한 능력으로 뽐내기도 한다. 이런 여건에서 간소화된 운전면허제도는 면허취득자의 자질을 향상시키지 못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장내기능시험의 대폭 간소화는 실제 도로주행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간소화 이전 시험항목이 15개에서 2개로 줄었고 교육시간도 20시간에서 2시간으로 대폭 감소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조향능력과 교통신호 및 안전표지 인지 등 필수항목의 제외라 할 수 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도로주행 기능검정원 및 학원 강사들은 간소화 이후 장내기능시험을 합격한 도로주행 시험응시생과 교습생들의 기본적인 차량조작능력 부족을 체감하며 도로주행 시 굉장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다수 도로주행시험만 치르는 유럽국가의 경우에도 교육과정에 한적한 도로에서 운전자세 및 기본적인 차량조작능력을 철저히 습득시킨 후 도로주행교육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즉 운전면허시험은 수준 높은 도로주행능력을 요구하는 출구 전략을 쓰면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운전면허 취득 전인 초등학교부터 교통안전 교육이 의무화되어 어릴때 부터 교통안전이 몸에 베여있다.

선진 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운전면허제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기능 검정원과 학원 강사의 권한 약화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강사가 교육생의 자질에 따라 추가 교육을 결정할 수 있고, 기능 검정원의 경우에는 운전자세 등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면허취득자는 보다 확실한 운전자질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강사는 시험합격에 국한된 교육과 기능 검정원은 민원 소지가 없고 전자 채점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동안 강사의 자질 부족, 기능검정 시 제기된 민원 등 많은 문제점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면허취득자의 운전자질 향상이라는 전체 운전면허제도의 목표와는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간소화 정책과 같이 교통안전과 직결되는 정책의 시행착오 없이 국내 실정에 맞는 운전면허제도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오영태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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