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가 희생적인 태도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음에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이 있다.
혹시라도 당사자 입장에서 느끼는 1%의 문제나 의구심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종교계 여러분들의 마음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특정 종교의 교세확장을 위한 디딤돌로 쓰이는 것은 아닌가하는 점이다. 지역의 시설을 수탁 운영하고 있는 종교기관은 지역주민을 좀 더 가까이 접할 수 있고, 기관의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에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이는 자연적으로 교세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종교기관의 시설수탁은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장애인의 자립지원이 대세인 현재, 종교계의 시설수탁 점유율 확대가 장애인당사자의 활동 및 단체 육성의 기회를 상대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복지국가에서의 기회는 상대적 평등으로부터 출발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헌법 정신에서 비롯된 것과 궤를 같이 하듯, 위탁자인 지방자치단체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자부담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관이라 해도 명분과 전문성이 있다면 이에 가중치 부여가 오히려 기회평등에 부합하고 합리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기관장 및 직원인사에 장애인복지 전문 인력 보다 신도나 관계자가 우선 채워진다는 의혹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모든 곳은 아니지만, 일부 매주 직원 대상 종교행사를 한다거나 직원 채용 시 종교를 물어보는 등의 행위는 종교의 자유 침해는 물론 고용정책상 채용차별금지에 반하는 요소가 된다.
넷째, 기관장 및 직원에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2013년 도내 장애인종합복지관 인력구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사자 단체가 수탁한 시설의 경우 장애직원 고용율이 20%를 상회하는 반면, 그 외의 시설은 5% 남짓에 머무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수탁법인의 기관 운영 태도에 따라 변별되는 부분으로, 기관의 운영 목적과 비전을 웅변하고 있는 수치이다.
다섯째, 운영 법인과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무교인 이용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시설 임직원 및 자원봉사자의 특정 종교색은 이용자들에게 무언의 부담이 될 것이고, 신자가 아니면 편치 않을 것 같은 시설이 지역 장애인 모두를 위한 기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려운 제안일수도 있으나 종교계는 유형별 복지시설을 여러 개 수탁 받아 운영하는 대신 자원을 모아 시설을 직접 건립해 스스로 운영하는‘어렵고 낮은 방법’을 택할 의향은 없으신가.
더불어 각 지방자치단체장들께도 묻고 싶다. 경기도 51.6%에 달하는 종교 인구가 선거 때마다 유용하게 활용될거란 ‘계산’이나, 혹은 운영비의 기관 자부담으로 지방재정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계산’없이, 장애인시설 설립 취지에 걸 맞는 위탁계획을 세울 수는 없는가.
마지막으로 당사자들이 시설 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고 그로 인하여 스스로를 통제하고 관리하고 책임지며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우선 내어주는 방안이 이제는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함을 장애인당사자로서 간곡히 제안하는 바이다.
김기호 경기도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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