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같은 법 제18조에는 ‘전국의 고속도로를 하나로 간주해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한 통합채산제’도 규정돼 있어, 그동안 통행료 폐지 문제를 두고 두 조항에 대한 해석이 충돌해 왔다.
행정 당국의 입장은 경인고속도로 자체는 통행료 폐지대상에 해당되지만 통합채산제를 적용해 다른 고속도로와 묶어버리면 통행료 폐지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경인고속도로에서 계속 통행료를 징수해 왔고, 정부도 통합채산제 규정과 한국도로공사의 재정악화를 이유로 도로공사의 통행료 징수를 옹호해 왔다.
하지만, 경인고속도로는 이미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해 출퇴근 시간대에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고, 법적으로도 통행료 폐지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통행료를 계속 징수할 명분이 약하다.
그럼에도, 헌재가 유료도로법 제16조의 통행료 폐지규정보다 제18조의 통합채산제 규정을 더 우위에 두고, 경인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계속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보다는 도로공사의 재정수입을 더 우선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헌재의 판결은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를 폐지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은 아닌 만큼 이제 공은 통행료 폐지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넘어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와 지하화를 공약했고, 작년 7월에는 ‘지방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이를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원칙과 신뢰’를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하지 못할 공약은 다 빼버렸다.’라던 박근혜 대통령이었던 만큼, 두 번에 걸쳐 공개적으로 약속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공약을 성실히 지켜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폐지는 수도권 서부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고, 이를 위해 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다양한 방식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이전에 추진된 방식은 지방자치단체가 지하화에 필요한 건설비용을 부담하는 것이었고, 당연히 재정난에 처해 있는 지자체가 조 단위의 공사비를 부담하기가 어려워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지하화 방식은 경인고속도로의 핵심구간을 지하화해 통행료를 계속 징수하되, 기존의 지상구간은 일반도로로 전환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경인고속도로 구간에 대한 통행료가 사실상 폐지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비용과 관련해서는 지상구간을 일반도로로 전환함에 따라 유지관리비는 지자체가 부담하되, 신설되는 지하화 구간은 도로공사에게 통행료 수익이 귀속되는 만큼 일반적인 고속도로 건설방식처럼 국가 50%, 도로공사 50% 분담방식으로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정부가 ‘박 대통령의 지방공약 이행 사안으로 지정’해 직접 챙기겠다고 한 만큼 지하화에 필요한 비용 중 50%를 국비로 투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올 연말에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방안과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합리화 방안을 담은 두 종류의 연구용역 결과보고서가 나오게 된다.
정부는 이 결과보고서를 참조해 구체적인 세부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와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박 대통령이 통행료 폐지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문병호 국회의원(새정치연합•인천 부평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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