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소통의 리더십

안철수 대표가 2년 전 박근혜 현 대통령과 대선을 놓고 경쟁하고 있을 때, 선거캠프의 이름이 ‘진심캠프’였다. 세상을 바꾸는 건 진심이라고 하며, 리더십의 바탕도 진심이라고 했다. ‘공약과 정책은 진심일 때 삶을 변화시킵니라’라고 했다. 사실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데, 왜 그런지 이 진심의 리더십이 자못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심, 상식 등과 같은 언어를 동원하여 정치 체제를 바꾸겠다고 하며, 나쁜 때가 덜 묻은 구 정치와 거리를 두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포장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자를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에게 안철수 대표는 현재의 구태의연한 정치를 개혁할 적임자였을 테고, 후자를 지지하는 국민에게 안철수 대표는 기존 정치인과 다름없는 미사여구로 국민들의 혼동하게 하는 정치 9단었을 것이다.

필자는 연구실에서 10여명의 석사과정 학생들과 10여명의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한다. 물론 더 많을 때도 있다. 학생마다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연구과제의 마무리 즈음이 되면 급하다 보니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들어 온다.

왜 이건 잘 못해! 다른 건 잘하면서 왜 꼭 이 일만 시키면 이 모양이야! 등 학생들의 지도하는 교수로서가 아니라 연구과제의 업무 진행을 위해 학생들의 단점을 지적하는 나쁜 교수가 되는 것이다. 학생의 역량 향상보다는 그 결과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는 학생들이 결과를 설명하려고 할 때 중간에 말을 끊고 질문 및 지적하는 매우 나쁜 버릇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20여명의 고급인력인 석박사 학생을 이끌어가는 교수로서 갖추어야 할 리더십은 뭘까? 필자는 공자가 이야기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자가 강조하는 리더십의 본질은 다음의 세가지이다.

첫째, 제자들의 눈높이에 따른 소통 방식이다. 공자는 제자들의 장단점을 다 파악해 그에 맞춰 같은 질문에도 다르게 대답하고 조언한다. 다혈질 행동주의자인 제자에게는 지나치게 용감하지 않도록 제지하고,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제자에게는 바로 실천하도록 조언한다. 리더의 눈높이가 아니라, 상대의 눈높이에 맞춘 팔색조 소통인 것이다.

둘째, 휴머니즘 소통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얼떨결에 보이는 진심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공자가 귀중히 여기는 백마를 둔 마굿간에 불이 났을 때, 이 소식을 듣고 급하게 돌아온 공자는 문전에서 다친 사람은 없느냐는 질문 이외에 아끼던 말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는다. 이 것을 본 제자들은 그의 재산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인본주의에 감동을 받게 된다.

셋째, 의견의 수렴이다. 각각 제자들의 문제점을 다 파악하고 있으면서 공자는 먼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바가 없다. 제자들의 말을 우선 듣고, 나중에 하나씩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도를 가르친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덕담을 나누고 있을 때 제나라가 공자의 조국인 노나라를 공격하려고 군대를 일으켰다는 급한 소식을 듣게 될 때 공자는 자신이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제자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제자들은 각자 앞다투어 자신들이 생각하는 현명한 방법을 이야기하여, 현명한 공자 1명이 낸 의견보다도 훨씬 더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눈높이형 팔색조 리더십,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미 넘치는 리더십, 의견을 수렴하는 리더십이 아닐까? 구성원의 상황을 고려하여 그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배려심, 구성원의 실수를 같이 해결하려고 고민했던 인간미,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했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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