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원 시민의 미디어 시대를 열며

수원영상미디어센터가 7월 본격 운영을 앞두고 있다.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3월 27일 개관식을 치루고 4월부터 6월까지 시범운영기간을 가진 후,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는 것이다. 수원에 미디어센터가 건립되는 것은 전국에서 29번째, 경기도에서 4번째로, 인구나 도시 규모를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은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센터가 추진된 과정을 살펴보면 수원은 다른 도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다른 지역에도 있으니까 우리도 만들자’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실질적인 필요와 요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바로 그러하다.

미디어센터가 생기기 오래 전부터 수원에서는 이미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미디어 활동이 시도되고 있었다. 팟캐스트라는 개념이 보편화되기도 전인 2007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이미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곳이 있었고,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로 2008년에 시작됐다. 시장의 명물로 자리 잡은 못골 온에어 ‘라디오스타’는 지금도 시장 상인들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소통의 통로로 활발히 기능하고 있다.

그밖에도 동네와 작은 도서관, 학교 등에서 다양한 미디어교육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졌고, 작은 규모의 영화 상영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체계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모두가 원하는 이가 만들어낸 필요에 의한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활동을 주도한 수원 시민들은 장비나 기술 지원을 받을 곳이 없어 멀리 서울까지 찾아가 먼저 생긴 미디어센터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목마름을 달랬다.

수원 시민들의 이런 활동과 바람들이 씨앗이 되어 수원시 좋은시정위원회에서 미디어센터 설립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곧 시 정책으로 받아져 건립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이후 운영위원회를 거쳐 일사천리로 준비 과정을 밟아 올해 마침내 개관에 이르게 됐다.

이렇듯 출발 자체가 남달랐다는 것을 잘 알기에 수원영상미디어센터는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지난 6월 13일, 새로 설립된 미디어센터에 대한 시민들의 구체적인 바람과 요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앞서 언급한 수원에서 선구적으로 미디어활동을 해왔던 분들을 비롯하여, 미디어센터가 생긴다는 소식에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고 의견을 보태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었다. 이날 머리를 맞대고 함께 나눈 수원미디어센터를 향한 바람과 뜻은 앞으로 미디어센터가 펼쳐나갈 사업에 하나같이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수원영상미디어센터는 영상 스튜디오, 소리 스튜디오, 라디오방송실, 미디어교육실, 영상편집실, 미디어도서관, 영화를 상영하는 마을극장 등의 시설과, 촬영, 조명, 녹음 등의 영상장비를 구비해 놓고 있다.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나 쓸 수 있을 법한 이러한 전문 시설과 장비가, 미디어센터가 생김으로써 이제 시민이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디어센터는 미디어를 이용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다. 더불어 성별, 나이,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 없이 미디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돕는 곳이다.

매스미디어가 쏟아내는 일방적인 뉴스보다는 내 주변과 내 이웃에서 전하는 소소한 소식이 삶에서 보다 소중하게 받아들여질 때 세상은 훨씬 살갑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따뜻한 미래를 꿈꾸며, 그 길에 수원미디어센터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노경 수원영상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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