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달에 우리 가족이 이 곳 현충원 뒷산 밑 동네로 이사했다고 하니 동료직원들이 웃으며 던진 말 “평생 호국영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 하는군요”라고 했다는 말을 아들에게 했더니 아들이 시크하게 “옳은 말이네요.”라고 하면서 자기도 지난 5월 달에 학교 행사에 참석했다가 집까지 버스를 타고와도 되는 데 자신도 모르게 걸어서 현충원 정문으로 들어서서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집까지 걸어왔다는 말을 하여 둘이 함께 웃었다.
위패를 모신 봉안관을 지나 묘역을 따라 걸으며 멀리 보이는 대형 태극기에 뭔지 모르는 감동을 받았다는 아들의 말에 ‘그래, 넌 분명 보훈공무원인 이 엄마의 아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유치원때부터 매년 현충일 지역 행사를 할 때 현충탑에 데리고 다닌 결과가 알게 모르게 아들에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준 것 같아 내심 뿌듯하였다.
아침 시간인데도 묘역 여기저기 참배 온 가족들이 꽤 많이 보인다. 6월6일 현충일 당일은 너무 혼잡해 일요일 아침 일찍 현충원을 찾았나 보다.
멀리 보이는 현충원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지난 세월의 아픔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지만, 이전 내가 처음 국가보훈처에 임용되어 처음 보았던 소복 차림의 여인네들의 슬픔의 공간은 간데없고 이젠 우리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다 희생하신 할아버지, 아버지의 자랑스런 모습을 아들 딸 손자들에게 당당하게 얘기해주며 가족들과 함께 찾은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아비 없이 살아온 그 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마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홀로 자식들 훌륭하게 키우고 지금은 국가유공자 가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장한 어머니들! 그 분들께 찬사의 갈채를 보낸다.
나라사랑이 무엇인지 구태여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 간단한 간식 챙기고 아이들 손을 잡던지 연인의 팔짱을 끼던지 남녀노소 없이 틈나는 대로 현충원을 찾아보라.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기 위해 수 억 만리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하신 순국선열들, 6.25 한국전쟁에서 희생되신 전쟁 영웅들, 나라를 위해 타국에서 싸우다 전사하신 용사들의 숭고한 영혼이 오늘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지키며 잠들어 계신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역사를 배우고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애국을 배우며 어른들은 이곳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말로 하는 나라사랑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나라사랑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이번 ‘6월 호국보훈의 달’ 을 맞았으면 좋겠다.
이명숙 수원보훈지청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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