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을 위해 주위가 분주해지고 마침내 총알이 장전되는 순간, 사형대신 유배를 명하는 황제의 명령이 하달되어 사형을 면하게 된다. 그가 바로 러시아 대문호로 ‘죄와 벌’ 등 불후의 명작을 쓴 도스토예프스키다. 그는 소설 ‘백치’에서 “나에게 마지막 5분이 주어진다면 2분은 주위 사람들과 작별하는데, 2분은 삶을 돌아보는데,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쓰고 싶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술회했다.
우리나라에는 안중근 선생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뤼순 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도관이 형장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고 하자 “내가 읽던 책을 다 읽지 못하였으니 5분만 시간을 달라”고 청한 뒤, 끝까지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참으로 의연하고, 마지막까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순간이 있다. 인생의 마지막 5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사용할까. 살아온 삶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뒤집어 생각하면 삶을 5분의 연속같이 살 수만 있다면 후회 없는 삶이 된다는 메시지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에서 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처럼 이 순간을 선물(present)이라 여기며 살아야 한다.
나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작은 죽음에서 깨어난 것으로 여기고 매일 새로운 인생을 살자’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매 시간을 분(分) 단위로 나눠서 활용한다. 승용차를 타고 있는 순간에는 라디오를 듣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항상 책을 읽는다. 업무가 끝나면 강의, 강연을 찾아 듣고, 대학원 공부도 한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 많은 연료를 소모하지만 일단 날아오르면 많은 연료가 필요 없듯이 시간을 관리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편해졌다.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낼 때 ‘시간을 죽인다’고 말한다.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모이면 인생이 되고, 기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정신의 감옥에 갇히지 말고 실패를 무릅쓰더라도 마음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한다.
경영학자인 톰 피터스는 자신의 저서 ‘미래를 경영하라’에서 “노력하다 실패한 경우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을 주라”고 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다. 하지만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詩)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의 한 구절처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후회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영화 ‘역린’을 통해 잘 알려진 중용 23장에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은 열정의 빈곤시대라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소중히 여기며 작은 일이라도 열정을 다해 소홀하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에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회상하지 않을까.
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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