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녹조·악취… 저수지 덮친 ‘죽음의 공포’
수원 서호공원ㆍ원천저수지 등
예년보다 한달 가까이 빨라
비릿한 냄새… 생태계 위협
하천 생태계의 재앙으로 일컬어지는 ‘녹조 현상’이 예년보다 보름에서 한 달 가까이 빨리 찾아와 관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30도를 웃도는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녹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서호공원은 주말을 맞아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공원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서호는 한 눈에 봐도 짙은 녹조로 휘감겨 물고기를 잡아먹으려는 흰색 왜가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투명한 컵으로 물을 직접 떠보니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초록빛을 띠었고 심한 물비린내가 나며 호수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던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더구나 녹조를 뒤집어쓴 물고기 한 마리가 죽은 채 물 위로 둥둥 떠오르기까지 해 서호천에 자리를 잡고 사는 오리 등 텃새들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서호에서 서호천 하류로 물을 흘려보내는 제방 방면도 마찬가지로 흰색 거품과 함께 형성된 짙은 녹색띠가 흐르지 않는 물에 정체됐고 바위 사이사이에도 짙은 초록색이 묻어 있었다.
주민 L씨(58)는 “작년에도 녹조가 심하게 일어나 눈살을 찌푸렸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환경 보호는 물론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광교호수공원의 두 축인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도 상황은 비슷해 원천저수지에 조성된 ‘신비한 물넘이’ 옆에서 물을 떠보니 연두색 물빛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원천ㆍ신대저수지는 짙은 녹조로 홍역을 앓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녹조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이번 녹조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보름~한 달 정도 빠르게 진행되며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오이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날이 더워지면서 영양염류가 활발해진데다 각종 생활하수 등이 하천에 들어오며 녹조가 심각해진 상황”이라며 “인위적인 하천 조성으로 물이 고이게 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물이 정상적으로 흐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일단 하천 등에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며 “다음 주부터 서호에 1만t 규모의 수질정화시설 설치 공사를 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녹조 방제기술을 연구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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