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종합터미널 화재 6명 사망·42명 부상 방화셔터 미작동, 또 人災
지하 1층 공사장서 불길… 27분만에 완전 진압했지만
유독가스 급속 확산돼 인명 피해 커… 안전불감 여전
세월호 침몰 참사 후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인테리어 공사중이던 도심 한복판 대형건축물에서 화재가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30분 만에 불길을 잡았음에도 인명피해가 속출한 데다 공사를 위해 방화셔터 등 소방시설을 무단으로 훼손,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인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6일 오전 9시2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4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불은 터미널 지하 1층 입점을 앞둔 점포의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도시가스가 누출, 폭발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이 나자 유독 가스가 급속도로 퍼졌고 이에 터미널과 마트 등 건물 안에서 개점을 준비하던 직원과 승객 등 7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95대와 334명의 인력을 동원해 화재 발생 27분 뒤인 9시28분께 불길을 진압했다.
그러나 미처 연기를 피하지 못한 버스회사 직원 등 6명이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와 지상 2층 매표소 사무실,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거나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 중 고령자와 중상자도 있어 인명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가운데 지하 1층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자동방화셔터 등 소방시설을 무단으로 훼손,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유독가스가 빨리 퍼져 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더욱이 공사 현장에 있는 다량의 인화성 물질에 대한 관리 소홀로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인명피해가 확산, 소방시설 및 공사장 안전관리도 엉망이었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여기에 현장에서는 비상벨과 스프링클러가 일부 층에만 작동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경찰과 소방당국은 소방안전설비가 제때, 제대로 작동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터미널 2층에 있다가 대피한 A군(17)은 “갑자기 불길이 치솟으며 검은 연기가 2층에 가득 찼다”며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방화벽이 내려가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은석 일산소방서장도 “지하 1층과 지상 1층 공사 현장에는 방화 셔터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유독가스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고 밝혔다.
터미널 근처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P씨(42)는 “매일 터미널 앞을 지나는데 5일 전부터 도로에서 신나 냄새가 진동해서 민원을 넣고 지하 공사 현장도 항의 차 찾아갔으나 문을 잠가놓아 들어갈 수 없었다”면서 “오늘 오전 9시에도 지독한 페인트 냄새가 났는데 화재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자세한 화재 경위와 소방시설 작동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유제원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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