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 다른 구도심·영종도… 후보들 ‘투트랙 맞춤형 공약’ 표심 공략

[포커스] 인천 중구청장 선거

올해로 인천항 개항 131주년을 맞았다. 인천항을 끼고 있는 곳이 인천시 중구다. 항만 등에는 굴지의 기업과 각종 상권이 빼곡히 밀집해 20세기 말까지 서울 명동의 땅값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경제의 중심을 이루기도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국제공항이 중구 영종도에 자리 잡았다.

이를 토대로 한적한 섬이던 영종지역은 공항신도시를 시작으로 국제업무단지, 운서운남지구, 영종하늘도시 등 10여 년 사이에 대규모 개발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알토란 같은 시설이 몰려 있다 해도 중구에도 각종 현안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으로 항구가 있는 구도심의 슬럼화와 공항을 낀 신도시 영종도의 부족한 기반시설 등이다. 10만여 명의 적은 인구지만, 이곳의 수장이 되고자 하는 자는 구도심과 바다 건너 영종도의 현안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 1년6개월 전에 열렸던 보궐선거 ‘복사판’

이번 6·4 지방선거는 사실상 1년 6개월여 전 진행된 보궐선거의 재구성이다. 달라진 건 구청장을 노리는 무소속 구의회 의장이 경쟁자로 추가됐다.

지난 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 김홍섭 후보(64)가 총 유효투표수 5만 5천387표 중 2만 8천607표(52.55%)를 얻어 2만 5천823표(47.44%)에 그친 새정치민주연합(전 민주통합당) 강선구 후보(51)를 누르고 승리했다.

재선을 노리는 김 후보와 보궐선거 당시 필적했던 강 후보의 리턴매치, 이들 사이에 도전장을 내민 무소속 하승보 후보(62) 등 3파전에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구도심 주민은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띄며, 현 여당인 새누리당에 사실상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바다 건너 영종도가 판세를 흔들고 있다.

각종 오피스텔과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야권 성향이 강한 젊은 층과 타지역 출신 주민이 대거 밀려왔기 때문이다. 최근 영종도 내 인구가 구도심과 대등한 5만 명을 돌파한 것도 판세를 흔드는 중점 요소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영종도에서 물밑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김홍섭·강선구·하승보 ‘3파전’

새누리당 김홍섭 후보는 이미 두 차례 민선 중구청장을 역임한 데 이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또 한 번 중구의 수장이 됐다. 그만큼 노련함이 검증됐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성향이 강한 영종도에 대해서는 보다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해 6월 ‘찾아가는 구청장실’이라는 명칭으로, 일주일에 이틀간 영종출장소에 별도의 구청장실을 마련하고 현장에서의 주민 민원에 귀를 기울여왔다.

착공 시기가 불투명한 제3 연륙교, 턱없이 부족한 대중교통수단, 경제자유구역 해제지역 기반시설 문제 등 영종지역 현안을 주민을 대변해 시장에게 날카로운 일침을 날렸다. 또 지지부진한 인천 내항 재개발 문제로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등 구도심 민심을 어루만지는데도 관심을 쏟았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강선구 후보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인지도를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찌감치 영종하늘도시에 둥지를 튼 데 이어 각종 민원 현장을 찾아 의견수렴에 나서는 등 얼굴과 현장중심 이미지를 알리는데 매진했다.

지역 내 각종 현안을 풀어나갈 직접적인 권력은 없다 하더라도, 전 민주당 인천시당 사무처장과 중·동·옹진 지역 위원장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중앙당은 물론, 같은 당 송영길 인천시장에게도 중구 발전을 위한 거시적인 정책소통에 앞장서 왔다. 어느덧 영종도에선 ‘위민관’ 역할을 도맡으며, 처음 출사표를 던진 지 1년여 만에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등 내공을 쌓았다.

하승보 후보는 지난 보궐선거에 출마하진 않았어도 꾸준한 표심 다지기 행보를 이어온 인물 중 하나다. 수십 년간 지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초선 구의원이 된 후 의장을 맡는 등 탄탄한 정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당의 입당 의사를 일찌감치 대·내외적으로 알리면서 복병으로 자리 매김해 왔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지만,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패기 넘치는 정치 행보로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국책사업인 인천 내항 재개발과 관련해 우선 내항 1·8 부두를 개방하라며 수개월간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 성사를 위해 앞장선 바 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이것만은 꼭 하겠습니다

김, 영종하늘도시 도시계획 재검토

강, 구도심을 생태공동체마을로…

하, 사각지대 없는 복지안전망 구축

김홍섭 후보는 국제여객터미널 존치와 원활한 내항 재개발 사업, 영종하늘도시 도시계획 재검토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구도심의 경우 국제여객터미널 이전으로 인근 상권이 몰락하는 것을 막고 중국과의 여객노선을 확대하는 한편 원도심 개발계획을 연계해 복합도시를 건설, 제2의 발전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하늘도시의 기능 재검토로 토지가치를 안정화하고, 제3 연륙교 조기 개통과 인천·영종대교 통행료 인하 운동 전개, 공항~하늘도시~인천을 연결하는 에어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등 영종·용유 지역 활성화 계획도 선보였다.

강선구 후보 역시 이전을 앞둔 제1·2 국제여객터미널을 존치해 지역 경제 붕괴를 막고, 지역 내 풍부한 근대문화유적을 살려 관광을 활성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 구도심의 주거환경을 재정비해 생태공동체마을로 조성하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구청장 직속 ‘(가칭)주민생활안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재난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다. 살맛 나는 영종도라는 구호에 맞게 제3 연륙교 건설 등 교통대책과 관광단지 조성, 종합복지관 건립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하승보 후보는 주택 재개발사업을 구청장이 직접 챙긴다는 구호 아래 전문 투자유치단을 설치, 각종 인프라를 유치하고 사각지대 없는 복지안전망을 구축해 편안해지는 중구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교육지원 예산 확대와 영종·용유 시내버스 노선 증설, 문화예술 진흥기금 조성, 생활체육시설·공원 녹지 확충, 모든 구정 정보 공개 등도 공약으로 담았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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