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금은행, 자금배분 효율성 높여야

지난 6년간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최대의 시련을 경험했다. 때문에 전 세계 은행들은 금융위기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보수적으로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영업 전략도 변화의 시점을 맞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국내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늘고 있고 금융기관들의 영업 전략도 리스크 관리 위주에서 생산성 및 수익성 제고 우선으로 전환되고 있다.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다. 저축과 투자의 절대규모를 확대함으로써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산업 또는 기업 간 효율적인 자금배분을 통해서도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경기 생산성이 높은 실물경제 분야에 자금이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경기지역 예금은행은 어떨까?

예금은행들의 산업별 자금배분은 대출집중도라는 지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산업별 대출집중도는 어느 한 산업의 대출집중도가 1보다 크면 그 산업의 생산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이 그 산업에 공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연구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산업에 대한 대출집중도는 0.90으로 16개 시·도중 서울(1.90), 대구(1.46), 부산(1.42) 등에 이어 여섯 번째고, 광역도중에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도의 대출집중도가 1보다 낮아 실물경제에 비해 자금배분이 적었다. 또한 산업별 자금배분에서도 부동산 및 임대업(1.64), 도소매업(1.59), 제조업(1.38)의 경우 실물경제 대비 자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배분됐고, 전문·과학 등 사업서비스업(0.67)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0.51), 건설업(0.48) 등은 적었다.

효율적 자금 배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익성(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산업에 보다 많은 자금이 배분돼야한다. 그러나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연구결과는 경기도 예금은행의 산업별 자금배분의 효율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산업과 성장잠재력 및 고용창출력이 높은 산업에 대한 대출집중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금은행들이 수익성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어 자금을 운용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예금은행들의 자금 배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여신심사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익성이 높고 위험도가 낮은 산업에 보다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가계대출보다는 생산기여도가 높은 산업대출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역시 자금조달 수단을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펀드를 활용하는 등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지자체 등은 미래 성장잠재력 및 고용창출력이 높은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강화해 민간의 자금 부족분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미래 성장잠재력 및 고용창출력 측면에서 기여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전문·과학 등 사업서비스업, 예술·스포츠 등 여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강화돼야한다.

김자혜 한국은행 경기본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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