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천시민은 지켜보고 선택할 뿐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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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선거가 빅 매치에 걸맞지 않게 졸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인천시장 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복심인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의 차세대 대권 주자를 꿈꾸는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간 대결로 인천시장 선거 사상 최대 빅 매치라는 평가와 함께 정책 선거 명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민도 역대 어느 인천시장 선거보다 큰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천시장 선거도 좋은 꼴을 보기는 틀린 모양새이다.

필자는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인천시장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지난 3월 이 지면을 통해 ‘판 커지는 인천시장 선거, 정책 축제 만들자’라는 메세지를 제안했지만, 그 희망은 여지없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은 언제나 실망으로 돌아온다는 태고의 진리는 역시 변함이 없나 보다.

지난 21일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새누리당 유 후보의 선거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적발돼 야당으로부터 ‘청와대 선거 개입 공세’을 받자 행정관은 사표를 제출했고 청와대는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세월호 참사로 공직 사회가 초긴장하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한 엄정 관리’를 천명한 상황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유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유 불문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 행정관의 방문으로 ‘힘 있는 시장 후보’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행정관 자신은 물론 유 후보, 청와대, 인천시민의 발등까지 찍고 말았다.

유 후보 측은 “청와대 행정관 방문을 요청한 바 없고 캠프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행정관이 노총과 밀접한 업무를 하다보니 신분을 밝히지 않고 한국노총 관계자들과 선거사무소를 함께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이 앞선다.

자칫 유 후보가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30년 국정 경험과 인맥 풀의 ‘힘 있는 후보’가 이런 것인가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도 빅 매치의 격을 낮추기는 마찬가지이다.

송 후보의 최측근 책사인 A씨가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을 맡았던 기간(2011~2013년)에 시 예산으로 ‘시정 만족도 시민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송 후보의 시장 재선 지지도와 후보 적합도 등 정치 설문조사를 함께 시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영장이 청구된 상태이다.

송 후보 측은 “설문조사 기관이 A씨도 모르게 송 후보 관련 여론조사를 서비스로 해준 것인데 새누리당과 경찰이 시장선거가 임박한 민감한 시점에 A씨 수사를 진행하는 관권 선거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궁색하다.

억울하단 생각만 잔뜩일 뿐, 부당한 방법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 Fact(사실)라는 점과, (송 후보측이)송 후보 여론조사를 의도적으로 실시했을 것으로 보는 주변의 시선은 외면하고 있다.

송 후보는 A씨가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 재직 시부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리틀 송’ 행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자체 검증보다는 ‘시기(猜忌) 어린 남의 탓’ 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반성보다는 변명이 먼저 나온다. 시민들이 가진 생각과 다른 순서이다.

나와 내 주변부터 살펴야 하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어느 후보 사무실에 누가 방문하고, 어느 후보 측근 인사가 무슨 조사를 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또 이러한 행위들이 어느 후보에게 얼마 만큼의 표를 떠안겨 줄지 가늠할 수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일어나서는 안 될 일과 지켜져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선택할 뿐이다.

22일부터 공식 선거전이 시작됐다.

두 후보가 남은 열이틀 동안 이라도 경쟁력과 능력을 시민 앞에 유감없이 드러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우매함 일까.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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