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가스에 숨겨진 비밀

돈가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집에서 또는 밖에서 간편한 외식으로 즐겨먹는 음식이다. 거리를 둘러봐도 돈가스전문식당이 눈에 많이 띤다. 이처럼 돈가스는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했다.

돈가스는 불어의 ‘코틀레트ctelette’에서 유래되었다. 코트cte는 송아지나 돼지의 뼈에 붙은 등심과 등심의 형태로 자른 고기를 말한다. 영어로는 커틀릿cutlet인데 이 요리는 송아지나 양고기의 뼈에 붙은 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후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입혀 프라이팬에 버터나 채종유로 갈색이 나도록 굽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7세기 덴무천왕이 육식 금지령을 발표한 이래 1200년 동안 철저히 육식을 먹지 않도록 교육받아왔다. 불교의 윤회사상에 의해 집에서 기르는 가축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환생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소, 돼지, 닭 등 육식을 철저히 금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무가의 향응요리에 기반을 둔 접대요리인 가이세키요리와 공양음식인 채소 중심의 쇼진요리가 발달하였다.

그러나 급속히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육식을 해금해 체격을 키움으로서 일본인의 체력에 대한 열등감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동시에 서양요리의 보급을 통해 서양의 뛰어난 음식문화와 문명을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육식을 하면 심신이 모두 부정을 탄다는 금기가 엄격하게 지켜진 결과 일본인은 어패류와 채소류만을 즐기던 민족이 하루아침에 냄새나는 육식을 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왕이 직접 서양식 스테이크요리를 먹으며, ‘쇠고기를 먹지 않는 자는 문명인이 아니다’라며 서민들의 육식에 대한 저항감을 완화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식 전골에 쇠고기, 파, 곤약, 두부와 같은 재료를 넣고 된장, 간장, 설탕으로 양념하여 끓이는 일본 특유의 쇠고기 전골을 만들어 보급에 힘썼다.

이후 쇠고기는 서민들의 관심을 끌며 일장기여, 쇠고기여 하며 1875년 도교에 500여개가 넘는 쇠고기전골집이 성업하였으며, 쇠고기전골은 다시 스끼야끼로 발달하였다. 그로부터 돈가스의 출현은 1872년 메이지 천왕이 육식해금 60년이 지난 1929년의 일이다.

이무렵 일본은 만주사변을 일으키는 등 승승장구 하던 시기다. 메이지 시대 초기 뼈에 붙은 살로 튀기는 커틀릿이 전해져 비프가쓰레쓰와 치킨가쓰레쓰 그리고 돼지고기로 만든 포크가쓰레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메이지 시대에 다듬어진 서양요리기법을 이어받아 쇼와 시대 초기에 돈가스가 생겨난 것이다. 이 경위에 대해 가쓰레쓰를 고안한 사람은 메이지 28년 긴자에서 문을 연 렌가테이의 주인 기타 겐지로 였다.

그는 돈가스를 프라이팬에서 부쳐 오븐에서 굽는 가열조리에서 뎀뿌라처럼 튀기는 방식으로 바꾸고 양배추를 곁들림으로 내기 시작했다. 돈가스가 선보이고 일본 전역에서 돈가스시대가 왔다고 난리가 났다. 노래도 생겨났는데, 돈가스 안 먹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네, 좁은 탁자에 끼어 앉아 돈가스 냄새 맡아보세, 배고파도 참고 기다리세… 그야말로 일본 전역이 돈가스에 취해다고나 할까.

그런데 돈가스의 ‘가쓰カツ’가 적을 이긴다는 뜻의 ‘가쓰勝っ’와 음이 같기 때문에 요즘 수험생들이 돈가스 도시락을 먹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당시 일본들은 대동아 전쟁 때 전 국민들이 돈가스를 먹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성호 김포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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