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로 국민은 지금 참담함을 넘어 국가적 위기를 느끼고 있다.
꽃다운 어린 학생들을 ‘생지옥’에 두고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홀로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 ‘수익 창출’에만 골몰했던 업체의 각종 불법과 정부부처의 관리·감독 부실, 관계기관의 유착의혹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엄청난 피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국민의 가슴 속엔 허탈과 무기력함만 남았다.
이 엄청난 사건의 회오리에 휘말린 정부는 과연 위기관리 능력이 있었으며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국민의 안전을 국가적 의제로 내건 박근혜 정부가 이 같은 지경에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오늘의 결과는 기본과 원칙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 속에 그 중심에는 관계기관과 공직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선령(船齡)이 다한 20년 된 배 갑판 위에 컨테이너 60개를 적재한 것도 모자라 화물을 고박한 업체가 면허를 빌려 고정작업을 허술하게 했는데도 출항 전 점검에서 모두 이상이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세월호에 대한 무리한 구조 변경과 구명정 46척 중 작동은 1척 뿐이었는데도 어떻게 안전검사에 통과했는지 등 각종 불ㆍ탈법과 유착의혹은 열거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다.
승객 476명을 태운 여객선이 이같이 부실투성이로 운영된 것에 대해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한 관계 당국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조사하면 할수록,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이번 참사는 참으로 기가 막힌다.
특히 무엇보다 우리를 더 참담하게 하는 것은 어이없는 사고 당시와 전후의 상황이다. 선장과 승무원의 탈출, 재난 대처 무방비, 구조 지연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세월호의 사고 당일 오전 9시6분부터 오전 9시37분까지 교신한 녹취록을 분석해보면 이준석(69) 선장은 오전 9시37분에서 38분으로 넘어가기 직전 교신이 끊긴 직후 승객, 승무원 등 150∼160명과 함께 또는 그보다 일찍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여객선 선실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인 등 300여 명이 여전히 “선실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안내방송을 믿고 기다린 시점이다. 승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여객선의 ‘리더’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면서 사태를 키웠다. 사고 신고 후 구조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8시58분 목포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사고가 접수된 뒤 세월호가 침몰한 오전 10시30분까지 1시간32분이라는 시간 동안 여객선 내에 머문 학생과 일반 승객을 구할 방법은 없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구조 인력과 첨단장비의 투입이 제때 이뤄졌다면 이 같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사고 직후부터 보여준 정부의 재난 위기 대응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실종자와 탑승자 집계가 엉망인데다 구조대 진입도 말을 바꾸고, 우왕좌왕으로 일관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피멍만 안겼을 뿐이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었지만, 위기 대응 매뉴얼도 없고, 지휘 체계도 제각각이었다. 세월호 참사 사고 이후 안전 불감증, 무기력한 재난 위기 대처가 재앙을 불렀다는 외신들의 지적이 우리를 더 부끄럽고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국민은 맥이 빠질 대로 빠져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문제점과 해운업계에 대한 총체적 부실 등은 반드시 밝혀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히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정부는 피해자 가족은 물론 국민의 허탈과 무력감, 불신, 원망을 삭일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을 하루빨리 만드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손일광 인천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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