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색도시에 푸른 옷을 입히자

올해로 식목일이 69회를 맞았다. 그동안 우리 국토는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땀 흘린 결과, 일제의 목재수탈과 625전쟁 등 사회 혼란기를 거치며 겪은 무분별한 벌채와 임산연료 채취 등으로 인한 극도의 황폐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녹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황사ㆍ사막화ㆍ온난화 등 급속한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기구(UNEP)에서도 호소한 바와 같이 나무심기는 지구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핵심적인 방법으로서 이제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인이 동참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경기도는 중국 내몽고(內蒙古)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 확산방지 및 황사피해 저감을 위해 2009년 3월부터 5년간 백양나무 등 90만본을 식재해 324㏊의 사막에 푸른 생명을 심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어 향후 5년간 계속 추진키 위하여 지난 3월20일 사단법인 미래숲과 2차 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나무심기는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청정개발체제(CDM)의 한 방법으로 채택되었고 이밖에도 선진국 간의 공동이행제도(JI), 배출권거래제도(IET)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형성된 ‘탄소시장(Carbon Market)’은 2004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5년 4월 문을 연 유럽기후거래소는 연 20억t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팔았고, 거래 액수로만 연간 5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탄소시장은 매년 두배 이상 급성장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연간 자동차 1대당 8.1탄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소나무숲 1㏊가 흡수하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5천만명의 인구와 1천900만대가 넘는 자동차의 홍수 속에서 사는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산이나 들판을 한번 둘러보자. 예전과 달리 푸르른 산야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제 나무를 심는 것은 그만해도 되지 않나?’ 라고 묻기도 하지만 이는 숲의 겉만 보고 솦 속은 보지 못하는 이야기다. 모든 생명들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듯 나무마다 수명이 다르고 각종 개발로 사라지는 숲이 있고 허약해진 숲 또한 많다.

이러한 숲들을 생태적으로 안정시키고 지속 가능하게끔 가꾸고 보호해야 하는데 그 시작이 바로 나무심기이며 식목일이 생긴 이유이다. 산림청에 의하면 전국의 ‘생활권 도시숲’은 전국토 면적의 0.3%인 2만9천㏊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체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에 반해 생활권 주변에서 누릴수 있는 도시숲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5.4㎡로 이는 파리 13㎡, 뉴욕 23㎡, 런던 27㎡보다 훨씬 낮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토의 64%가 산림인 우리나라로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일상에서 쉽게 숲의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사는 도시에 나무를 더 많이 심어야 한다. 새가 없는 도시가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인가? 나무를 심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심는 것이고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식목일만 나무를 심는 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식목 행사를 통해 나무와 숲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나무 한 그루라도 소중히 심고 정성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며 우리의 도시들도 머지않아 자연과 함께하는 녹색의 도시가 될 것이다.

서상교 경기도 축산산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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