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원형이 브랜드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기조에 따라 문화융성위원회(위원장 김동호)가 조직되고 전국을 돌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포럼 및 토론회가 진행됐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각종 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때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맥락을 달리해서 토론과 여론 수렴의 과정이 되살아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3대 문화관련 법안이 제정되어 시행령 제정을 위한 여론 수렴의 과정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으며, 문화융성위원회 활동의 막바지에 8대 국정과제가 제시된다.

고무적인 일이며,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이제야 가장 밑바닥에 토대가 깔린 셈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문화의 융성을 위한 노력이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지역문화, 생활문화, 다민족 문화, 어르신 문화 등 각 부문별, 대상별, 세대별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전개됐었다.

다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사업의 면모를 현재적 시점에 맞게 재목록화해 새로운 부대에 담아내는 일이라 하겠다. 그리고 현재적 시점의 문화코드 분석을 통한 새로운 시대의 대안문화에 대한 노력도 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대안문화’라고 주장할 것도 없을 뿐더러 그럴 능력도 없다. 다만, 이러한 방향으로 가면 대안문화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단서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경기도 지방문화원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통해 그 단서를 찾아볼까 한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는 그동안 경기도 31개 시ㆍ군 문화원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다양한 정책사업을 전개해 왔다. 사업추진의 중요한 키워드는 ‘지역의 문화원형 발굴과 개발을 통한 지역브랜드 창출’이었다. 지역브랜드는 지역의 정체성과 맥이 닿아 있어야 한다.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는 것, 문화원이 지역의 역사, 지역의 전통을 끊임없이 발굴, 조사, 보존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었다.

지역의 역사, 문화라는 것이 다양한 삶의 흔적이 드러나는 것이고, 지역의 역사와 전통은 그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되며, 삶의 사소한 순간이 현재적 의미에서 재해석 될 때 의미를 갖게 된다.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공간과 나의 현재적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다시 말해서 내 삶이 자랑스럽게 되는 순간들이 모여 지역의 특별함-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조사를 통해 발굴된 문화원형을 어떻게 활용해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고 그것이 지역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일련의 사업 추진체계를 만들어 가는 그동안의 노력은 정당하다. 역사는 생산되고 체험될 뿐 아니라 재현된다. 여기서 재현된다는 것은 물리적 실체가 상징적 매체를 통해서 복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우리는 무수한 역사적 시간과 공간의 재현들을 만난다.

이처럼 재현된 공간을 ‘풍경’이라 부른다. 풍경은 자연적 공간의 인간적 표상이다. 재현된 공간은 실제 공간의 미학적 척도가 된다. 지역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다양한 삶의 표상이 현재적 반영을 통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풍경이 의미를 갖게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어딜가나 똑같은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 있는 풍경 속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문화가 존재하는 지역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염상덕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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