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흔들림은 막아야 한다

오래전에 경찰들의 일상을 시나리오로 제작된 ‘투캅스’라는 영화가 상영되어 한동안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코믹하고 특유의 픽션을 확대 재생산하여 관객몰이의 열풍은 투캅스4까지 제작되면서 유명해진 영화다.

그런데 일부 일선 형사의 권력남용 비리 장면에 따른 소소한 재미를 주면서도 범죄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는 펄펄 나는 투캅스의 통쾌한 모습은 소소한 비리를 용인하고도 남는다. 그들이 범죄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폼 나게 미란다원칙을 뱉어버리는 것 빼고는 준법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언제나 현장은 그런 것이다. 눈앞에 임무의 당사자가 발견되면 자잘한 규제는 뛰어 넘는다. 범죄는 모든 법을 무시하며 달아나는데, 준법으로 그를 제어할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한으로 용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주체 확보가 우선이고 목표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뛰고 나는 범죄와 대공문제에 일일이 준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할 것이다. 책상머리에서 갑론을박 토론은 가능한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생각으로 요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 수사 등의 뉴스를 접하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사건의 본질은 유씨가 간첩이라는 심증이 확실한데 그가 북을 드나든 서류가 조작이라는 것으로 오히려 그를 체포한 대공요원들이 수사를 받아 감옥에 가고, 또 억울하다고 자살을 기도하는 괴이한 사건으로 변질됐다. 우리 내부에서 이이제이 (以夷制夷) 당하는 동안, 그는 민변의 지원을 받으며 유유히 서울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민주자유국가에서 어느 누구도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금당하지 아니하며, 정당하게 재판 받을 권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는 정말 실소할 일이다. 이러한 황당한 사건 진행을 보고 종전 이석기 사태의 당사자들이나, 그 일파들이 사기충천하여 오판하는 일로 변질될까 걱정이다. 이젠, 대공요원이 해외를 포함한 일선에서 목숨 걸고 어렵게 간첩이나 내란음모자를 잡아도, 혹시 잘못되어 감옥 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안보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절치부심하는 대공요원들이 하는 일이란 국익이 달린 긴박한 문제들이다. 신분노출이 곧 죽음인 그들이 버젓이 호출되어 밝은 대낮으로 나왔다. 그리곤 27년간 대공활동을 해온 전문가를 우리 스스로 단칼에 제거하고 감옥에 보내는 지경에 당도했다면 전(全) 대공요원은 어찌하라는 것인가. 망연자실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일련의 사건 진행이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가. 그러고도 모자라 일부 성직자들은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며 선동하고 있다. 과연, 그는 어느 나라 국민인가?

그들이 그간 해온 일이 영화 투캅스만 못하겠는가. 그들을 감옥에 보내고 일선 요원들의 손발을 묶어 사기를 꺾는 일이 우리 국익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야말로 이적(利敵)같은 일이 아닌가. 국가정보원 권모씨가 22일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지면서 남긴 유서엔 “협조자에게 속은 것”이라고 “우리는 간첩을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 그런데 간첩이 나라를 팔아 먹고 기관은 쑥대밭을 만들어 버렸다. 결국 남한이 북한에 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것이 마지막 숨겨진 팩트다.

종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가. 가히 안보의 최일선이 무너지는 증상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제일이라던 국정원도 이번 일을 교훈삼아 좀 더 세심하고 완벽하게 챙기고 준비해서 이처럼 참혹한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내부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일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리며 온갖 설에 휘둘리는 걸보며 이름값도 못하는 국정원이 될까 내내 걱정이다. 심기일전을 당부한다.

함동수 용인문협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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