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중진차출론으로 판을 키우고 야권이 새로운 정당으로 헤쳐모여를 단행함으로써 정치선거의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가 앞다투어 시ㆍ군별 기초단위의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겠다고 공약을 할 때만 해도 이번 지방선거부터 본래 모습의 지방자치 복원이 시작될 것 같았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주립대학에 교환교수로 갔을 당시 중간선거가 있어서 미국 지방선거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가 제외된 중간선거에서 정당의 영향력은 그리크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많은 공직자들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데, 정당은 주지사와 연방상ㆍ하원 의원 등에 제한적으로 관여하여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자체가 예외적이었다.
당시 동성애 결혼 허용 법안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논쟁이 격렬하였는데, 각종 자치생활법률들을 주민들이 직접 발안해서 입법화하고 있었다. 지방선거에서 정당보다는 주민이 중심에 있게 하는 제도들이 눈에 확연히 띄었다.
왜 미국 국민이 국민주권자이지만 통치대상인 ‘Nation’(국민)이 아닌 주민자치와 정치결정자로서 ‘피플’(People)이라는 용어로 미국 수정헌법과 각종 사회과학문헌에 사용되는가를 짐작케 하는 장면이 많았다. 미국 중간선거 직접관찰의 후기로서 정당책임정치와 주민자치의 경계가 분명할수록 주권자로서의 국민은 정치적 권리를 더욱 보장받는다는 사회과학적 결론을 내렸다.
한국정치에서 정당은 모든 선거에서거의 100% 정당이 주체다. 역대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5년에 시행된 제1회 지방선거에서 선거 직전 김종필 의원이 민자당을 탈당하여 자민련을 창당해서 충청권과 강원권을 석권하였다.
3김 정치의 지역주의 구도를 굳혀준 선거였다. 모든 지방선거가 정권심판의 장이었지만, 2006년에 시행된 제4회 지방선거는 정권심판과 정치선거의 결정판이었다. 한나라당이 그야말로 대승한 선거로 이 선거를 발판으로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을 빼앗아 오게 되었다.
열린우리당은 완전히 그로기 상태에 빠져서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까지 제대로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여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30%도 얻지 못하는 대패를 하게 된다. 역대 선거사상 집권여당이 최대로 참패한 선거로서 한 정당이 이렇게 싹쓸이 한 전례가 없었다. 직전 지방선거인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의 수도권 싹쓸이 현상이 재현되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야권연대가 야권승리의 힘이었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선거에 표심으로 표출되었다는 것이 돌이켜 보면 더 과학적인 분석 같다.
어쩌면 정치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불가피한 운명일수 있다. 너무도 오래 지속되어온 정치불황에 정치판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형 여야대결구도가 파괴되어 야당은 만년야당으로 추락하고 여당은 청와대 권력에 종속되어 마치 법정관리정당과 같이 유약해져 지금의 한국정당정치구조는 힘도 없고 생명력도 잃고 있다.
현대 정치불황은 민주주의의 파손에서 시작되고 민주주의는 정당정치 활성화의 척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정당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정당정치를 소생시키는 것이다.
선진국민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대표로 뽑는 ‘국민’으로서의 모습과 주민자치 및 자기정치를 직접하는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동시에 행사한다. 요컨대, 이번 지방선거가 제대로 된 정치변화를 가져오는 정치선거가 되어 향후 지방선거부터는 주민자치의 장으로 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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