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는 알아서 키우고, 일 하라고 하는 정부

올 연초 시집간 두 딸이 20일 간격으로 연달아 출산을 했다. 둘 다 2주간의 조리원 입소 기간을 끝내고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민간 업체를 통해 산모도우미를 구하고 이른바 육아전쟁에 돌입했다. 막상 업체로부터 소개 받은 도우미분이 오셨지만 소위 믿고 맡길만한 ‘이모님’을 만나는 길은 너무나 지난했다.

맨 처음 오신 분은 출근하기 시작한 둘째 날 본인은 다음 달치 수고비 중 100만원을 가불해 달라고 하면서 소개업체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다른 도우미분이 오셨지만 개인사정 등 이유로 약속한 기일을 채우지 않고 중단되어 몇 차례나 사람이 바뀌었다.

내가 누구인가? 현재는 경기도 아이돌보미사업의 총괄 운영자이며, 2006년 아이돌보미사업을 여성부에서 시작할 때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각 시ㆍ군에 만들고 처음 아이돌보미를 양성하는 사업을 담당했던 팀장이었다. 보다 못한 나는 딸의 주소지 관할 아이돌보미센터로 직접 전화를 했다. 돌아온 대답은 어이가 없었다. 대기자가 많으니 아마 가을쯤 연결이 가능할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멘붕이었다.

아이돌보미사업은 주 양육자가 있지만 양육자의 일시적인 입원이나 출장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대처하는 인력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다. 하지만 저소득가구, 한부모가구 등 사회적 약자에게 서비스이용요금의 보조와 사용권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육아지원이 절실한 맞벌이 가구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경기도에 도우미 등록한 인원은 3천489명이고 아이돌봄 서비스를 받은 가구는 5만3천가구이다. 그중 우선 서비스대상인 저소득가구를 제외한 일반 맞벌이가구의 이용은 5천400가구에 불과했다. 경기도 187만 맞벌이 가구 중 실제 서비스 연결가구는 0.003%에 지나지 않아 1천가구 중 3가구만 실제 서비스를 받은 셈이다.

막상 내가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니 정작 맞벌이가구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인 것이 실감났다. 정작 현장에서의 목소리는 양육수당 20만원을 받는 것 보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움의 손길이 연결됐으면 하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요금을 민간의 수준으로 하더라도 국가가 인증한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다면 서비스 연계만이라도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요구였다.

사실 서비스요금에 별도의 정부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연계만 한다면 크게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보미사업을 각 시ㆍ군에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전담인력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별도 기관을 두지 않고 여기에 전담인력만 추가하면 가능한 일이다.

추가로 확보가 필요한 도우미사업 인건비가 월 125만원이니 경기도만 계산한다면 인건비는 연간 4억6천5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사업비를 국도시군비로 부담한다면 적은 사업비 대비 창출하는 효과는 정말 지대할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여성가족부 실무부서에 일반 맞벌이가구에서 서비스연계만이라도 가능하도록 전담인력 증원 건의를 해봤다. 여성가족부에서도 공감을 하지만 기획재정부 입장이 정상적 수입이 있는 맞벌이가구의 육아지원에까지는 재원 배분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에 관철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55.2%에 불과한 여성경제활동비율을 70%로 끌어올려 국가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성대졸자의 경제활동 비율이 OECD 평균 82.6%보다 훨씬 낮은 62.4%이다.

국가가 육아문제를 혁명적으로 조치하지 않는 한, 지금처럼 수요자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이 없는 선언적인 정책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취업교육, 취업연계 사업도 필요하지만 더 우선순위는 직장여성이 경력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실효성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김양희 경기여성비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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